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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그 곳에 ‘캐서린’ 장덕수가 있었다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그 곳에 ‘캐서린’ 장덕수가 있었다


문화 산업의 부흥과 함께 연극, 뮤지컬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 가볍게 공연 한편을 골라 관람하려 해도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그만큼 연극, 뮤지컬을 하려는 배우들 역시 늘어났다. 뮤지컬 공연은 그나마 조금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소극장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연극 공연의 경우 변변한 수입을 얻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있는 연출자와 배우들은 계속해서 대학로로 몰려들고 있다.

그리고 이 곳에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관객 참여형 연극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동명의 셰익스피어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기존의 플롯을 기본으로 하되 관객 참여를 통해 공감을 유도한다. 이에 관객들은 관람이 아닌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공연장 내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해도 되고, 음식을 먹어도 된다. 이러한 돌발 상황 역시 모두 공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관객 참여형 연극처럼 앞자리의 일부 관객만을 데리고 공연하는 것도 아니다. 그날의 참여관객 선정 기준은 그야말로 ‘마음대로’다. 오늘은 앞에서 뽑았으면 내일은 뒤에서, 그 다음 날은 중간에서 뽑는 식이다. 따라서 구석에 앉았다고 해서 몸을 움츠릴 필요는 없다. 당신도 언제라도 무대 위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캐서린 역을 맡은 배우 장덕수가 눈에 띈다. 막 연기 생활을 시작한 신인 연기자인 그는 연극으로는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이 전에는 주로 독립영화에 참여했다. 직접 출연도 하고 편집도 했다는 다재다능한 인재다.

장덕수는 노란 금발 가발을 쓴 채 여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짙은 메이크업은 하지 않는다. 분장으로 ‘저 곳은 무대 위’라는 거리감을 형성하기보다는 그 자체를 생생한 현실처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의도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자의 모습에 그냥 가발만 뒤집어 쓴 여장인데도 생각보다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제법 예쁘장한 외양 뿐만 아니라 손동작과 말투 등 디테일이 살아 있는 그의 여자 연기 덕분이다.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오른 것 치고는 발군의 실력이다.

장덕수는 처음 이 역할을 받았을 때에 대해 “마냥 기뻤다”고 회상한다.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여성 연기를 하는 것에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하기도 했다.
매회 공연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였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속에는 장덕수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살아 숨 쉰다. 항상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려 노력하는 공연장에서는 갓 잡은 생선이 펄떡거리는 것 마냥 생생한 열정이 느껴진다. 이번 주말 대학로에서 공연 한 편 보기를 원한다면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소극장 ‘다르게 놀자’. 월요일은 휴공.

/온라인편집부 new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