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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가 외국 자본인 쌍용·르노삼성차, 경영방식은 정반대

최대주주가 외국 자본인 쌍용·르노삼성차, 경영방식은 정반대

외국 자본을 최대주주로 둔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에 때 아닌 자율성 논란이 불거졌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5일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나란히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기업의 경영방식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놨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자본과 경영은 분리해야 한다"며 자율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대주주가 있지만 경영은 쌍용자동차의 독자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제롬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은 자율성보다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일원으로서 르노삼성차의 역할을 강조했다. 쌍용차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지분 72%를, 르노삼성차는 프랑스 르노그룹이 지분 80.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자신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는 것과 달리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중요 사안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다.

■쌍용-르노삼성 미래 행보 엇갈려

모기업의 경영방식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차개발이나 해외진출 등 굵직한 경영현안에 있어서도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앞으로도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쌍용차는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100'(프로젝트명)을 내세워 자동차산업의 본고장인 미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미국 진출에 필요한 비용과 전략 마련은 쌍용차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에 거지 근성은 없다.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마힌드라에 투자해 달라고 손 벌릴 생각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우리가 개발한 엔진과 미션을 단 쌍용차로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독자적인 신차개발 대신 모기업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협력을 통해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QM3가 대표적이다. QM3는 르노 캡처의 국내 출시 모델로 생산은 스페인 공장에서 한다.

현재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 브랜드 컨설팅 전문기업인 브랜드 파이낸스가 최근 발표한 '2014'세계 최고 자동차 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각각 85위와 86위에 랭크됐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현대.기아차를 제외하고 국내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모두 해외자본에 속해 있다"며 "본사 결정에 따라 국내 제조기반이 약해질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전한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힌드라 "나는 리스크 평가만"

쌍용차의 자율성을 강조한 이 사장의 발언은 대주주 기업인 마힌드라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의 경영방식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마힌드라 회장의 리더십을 집중 조명했다. 포브스와 이코노미스트는 마힌드라 회장이 성공을 거둔 데는 탁월한 리스크 판단능력이 큰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만 떠안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 리스크는 피할 줄 안다는 얘기다.

실제 마힌드라 회장은 2007년 경쟁사인 타타모터스와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를 놓고 경쟁하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 미련 없이 포기했다. 재규어 랜드로버를 손에 넣은 타타모터스는 인수 첫해에만 10억달러를 쏟아부어야 했다. 마힌드라그룹이었다면 시총의 4분의 1을 날릴 뻔한 셈이다.

마힌드라 회장은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그룹 수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은 리스크를 평가하는 것"이며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이 평가를 바탕으로 적절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일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힌드라그룹은 신차개발이나 해외진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쌍용차 경영진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한다"며 "쌍용차와 마힌드라그룹은 장기적 안목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달인' 곤 회장

곤 회장은 자동차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파산 직전에 있던 닛산자동차를 대규모 감원과 공장 매각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기 때문이다. 이후 닛산은 승승장구했다. 곤 회장에게 '학살자' '칼잡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2005년 르노닛산 수장 자리에 오른 곤 회장은 그의 경영 스타일을 고수했다. '커미트먼트(Commitment) 완성'으로 불리는 곤의 경영방식은 상상을 초월하는 목표를 설정, 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압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위기감을 끌어올려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로 개혁에 동참하게 하는 방식이다.

최근 르노삼성차에 대한 본사의 강한 비용절감 압박은 전형적인 곤 회장의 경영방식이다. 스톨 부회장도 수차례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을 방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곤 회장은 그룹 주요 현안을 직접 진두진휘하는 야전사령관의 모습을 빼닮았다"며 "그렇다 보니 르노삼성차에 대한 모기업의 간섭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