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 섬진강변 매화마을엔 매년 봄 100만명에 달하는 상춘객이 봄꽃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 나지막한 초가를 배경으로 흐드러지게 핀 순백의 매화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 광양(전남)=송동근 레저전문기자】 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남도 섬진강변에 피어나는 꽃들의 잔치를 막을 순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마다 이맘때면 가장 먼저 봄을 전하는 섬진강 꽃들의 향연을 찾아 나선다.
보통 2월 말부터 5월 초에 걸쳐 이곳 섬진강 가엔 붉은 동백을 시작으로 고결한 매화, 샛노란 산수유꽃, 벚꽃, 철쭉 등 꽃들의 교향곡이 펼쳐진다.
그중 매화는 붉은 동백꽃이 떨어지기 전 춘설 속에서 피어나기 시작해 이내 순백의 매화 물결로 장관을 연출해낸다.
예부터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의 고결함을 간직하며 시인과 묵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매화.
이번 주 '한국관광 100선'이 찾은 곳은 매화의 아름다움과 함께 잔설 속 꽃향이 가득해 매년 봄철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전남 광양의 섬진강 매화마을이다.
매화마을 청매실농원
■매화향 가득한 섬진강 '매화마을'
광양 매화마을의 본래 이름은 섬진마을이지만 매화가 하도 많아 흔히 '매화마을'로 불린다. 이곳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트레킹 안내판이다. '낭만으로' '사랑으로' '소망으로' '추억으로' 등의 산책로는 약 15분에서 30분가량 걸어볼 수 있는 길이다. 대부분의 코스가 매화마을의 원점이라 할 수 있는 청매실농원으로 이어진다.
청매실농원 뒤로 자리한 대숲을 지나서 만나는 전망대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다. 청매실농원의 수천개 장독대와 함께 매화, 섬진강이 어우러지는 '뷰 포인트'가 장관이다. 이와 함께 매화마을에는 드라마 '다모'의 초막을 비롯해 영화 '취화선'의 왕대숲 등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 알려진 곳도 많아 재미를 더해준다.
마을을 여유롭게 돌아보려면 족히 두어 시간은 필요하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면 역시 청매실농원을 손에 꼽을 수 있겠다. 또 청매실농원 하면 홍쌍리 여사를 빼놓을 수 없다. '매실박사'로 불릴 정도로 지금의 매실농원을 맨 흙에서 일궈 놓은 주인공이다. 농원 마당은 수많은 장독대로 가득 차 있어 매화와 함께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해낸다.
올해 매화는 아직 만개 전이지만 이제 곧 봄볕 가득 스며든 섬진강 주변으로 새하얀 매화 꽃잎이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해 일제히 꽃비를 뿌릴 태세다. 매화가 꽃비를 뿌릴 즈음이면 섬진강이 품은 재첩과 참게 그리고 벚굴이 여행객의 봄 입맛을 한껏 돋워 준다. 벚꽃 필 무렵에 난다 해서 이름 붙여진 벚굴은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섬진강 하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봄 별미로 꼽힌다.
■영호남이 어우러지는 화개장터 벚꽃
매화향 가득한 봄내음에 한껏 취했다면 다시 섬진강을 따라 올라가보자. 경남 하동의 고소산성을 지나 화개면에 이르면 화개천과 만나게 된다. 화개천은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물줄기로 섬진강과 몸을 섞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남도대교가 전남과 경남을 사이좋게 이어주는 이곳에는 그 유명한 화개장터가 자리해 있다. 예전의 화개장터는 화개천을 사이에 두고 화개교 건너 북쪽에 자리했지만 지금은 화개교 남쪽에 있다. 옛 화개장터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화개장터를 두고 '장날이면 포구에는 돛단배들이 떼 지어 몰려든다. 중국 비단이 들어오고 울릉도, 제주도 생선도 화개로 모여든다'고 노래했다. 바다와 닿는 대부분의 강줄기가 그러했듯이 섬진강 하구 역시 수운(水運)이 발달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구절이다. 섬진강과 화개천이 더해지는 곳에 자리한 화개장터는 화개천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내 쌍계사와 닿는다. 이곳 초입이 바로 그 유명한 쌍계사 십리벚꽃길이다. 이 길은 화개장터 벚꽃길이라고도 불린다. 봄날에 흩날리는 꽃비는 그야말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올해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함께 걸으면 백년해로한다는 쌍계사 십리벚꽃길은 화개천을 따라 쌍계사 부근까지 이어진다.
■샛노란 산수유가 전하는 '봄의 노래'
경남 하동에서 섬진강을 따라 19번 국도를 타고 전남 구례 월전리에서 섬진강과 만나는 서시천에 들어서면 이내 산동마을(산수유마을)에 당도한다.
이곳을 처음 찾은 여행객이라면 섬진강과 서시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구례 관광안내소에 먼저 들러보는 것이 좋다. 광양의 매화향에 취해 있는 동안 구례는 어느새 샛노란 산수유꽃이 수채화를 그려낸다. 지리산을 등에 업고 구례분지를 품은 산동마을. 이제 막 피어난 산수유의 노란빛이 한껏 수줍어 보인다. 이곳 역시 아직 만개 전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비나 바람이 심하지 않다면 축제가 열리는 오는 22일을 전후해 4월 초까지 만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해마다 산동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은 어째서 산수유가 이렇게 많은지 궁금해한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에서 한 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오면서 가져온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산동'이라는 지명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또 하나 척박한 산자락 마을에서 자랄 수 있는 나무가 산수유밖에 없었다고도 전해진다. 우리네 삶이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듯이 별다른 뜻 없이 심었던 산수유가 이렇게 효자 노릇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봄이면 전국에서 산수유를 보러 찾아드는 상춘객이 100만여명에 달한다.
산수유마을을 돌아봤다면 산수유 시목(始木)이 자리한 인근 계척마을에도 들러보자. 처음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산수유목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산수유마을로 많이 알고 있는 상위마을로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한 중동 원좌마을에도 들러보면 좋다. 이곳은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펼쳐지는 '구례 산수유꽃축제'의 중심 장소다.
dk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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