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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vs책] 아들이 사는 세상 vs. 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

[책vs책] 아들이 사는 세상 vs. 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

지난 주말, 조카가 놀러 왔다. 뱅글뱅글 돌다가 '닌자고!'를 외치며 '고모=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손가락 방망이를 휘두르던 조카는 물론 남자다. 5분 전까지만 해도 고사리 손을 모아 반쪽 하트를 만들어주던 귀염둥이였다. 하지만 금세 꼬마 악마로 변해버린 아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몇 달 전 아들을 둔 엄마들의 수명이 딸을 둔 엄마들의 수명보다 짧다는 통계 결과를 들었다. 점점 야위어가는 새 언니의 얼굴을 보니 쉽게 수긍이 간다. 순수한 천사에서 일순간 못된 녀석으로 바뀌어 버리는 아들들. 변하는 신호라도 주면 좋으련만. 자기가 원하는 걸 손에 넣을 때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떼쓰는 아들을 달래느라 엄마는 오늘도 한숨이 깊다. 아들, 대체 어떻게 키워야 할까?

'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예담friend 펴냄)의 저자는 아들이 '남자'임을 기억하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아들이 억세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인 엄마가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특성을 아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특성을 모르고서는 아들 키우는 게 쉽지 않다고 말이다. 남자아이에게는 직설법이 더 잘 통하며,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짧고 명료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랑을 주려고 매달릴수록 아들은 성가시게 여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마치 연인 사이의 '밀당'과 비슷하다. 결핍을 안겨줄수록 아들 역시 엄마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남학생 160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쓰인 '아들이 사는 세상'(중앙M&B 펴냄)에는 고달픈 소년들의 사회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들은 삶의 어느 순간 영웅적으로 행동하기를 원하는데, 그 본보기가 되는 영웅 캐릭터들은 어떤 순간에도 절대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남자는 감정을 제한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가르치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만의 세상에서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아들들에게 어떻게 하면 외면당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지를 알려준다.

엄마는 아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같은 집에서 살지만 아들이 사는 세상은 '따로' 있다. 모든 것을 독점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새로운 뭔가를 끝없이 요구하는 자기밖에 모르는 아들을 어떻게 제어해야 할까?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감정을 숨기고, "괜찮다"는 말로 일관하는 아들의 깊은 고민과 불안감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먼저 아들의 세계와 남자의 방식을 이해해보도록 노력하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강인하고 훌륭한 남자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방법을 찾자. 권력자들을 상대하고, 동시에 수업과 과외 활동까지 따라잡느라 지친 아들에게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을 주자. 하지만 그 무엇보다 부모에겐 흔들림 없는 인내심과 차분한 기다림이 필수다.

최지혜(예스24 MD)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