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자신이 찾는 겁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은행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에서 프라이빗뱅커(PB)로 살고 있는 것도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노력한 덕분입니다."
서울 서초동 SK증권 PIB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민선 팀장(사진)은 그간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종일관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으로 본인의 가치관을 쏟아냈다.
그는 중앙대학교 무역학과를 다니던 중 2000년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됐다. 주어진 기간은 1년이었지만 미국에 좀 더 머무르고 싶었던 김 팀장은 현지에서 취업하면 체류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한국인인 데다 영어도 짧아 미국 취업시장을 공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일단 미국 주재 한국기업 위주로 이력서를 넣어보기로 결정했다. 김 팀장은 재미한국인협회에서 한국기업 목록을 받아 50여군데 기업의 문을 일일이 노크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워낙 센 경쟁률 탓에 번번이 낙방했다.
그러던 중 백인인 룸메이트가 캘리포니아 연방은행 샌프란시스코 지점에 합격하면서 그곳에 인턴 자리가 비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그는 지원했고 지점장 권한으로 운 좋게 합격해 인턴으로 근무하게 됐다. 한국인으로서는 네 번째, 교환학생으로는 처음으로 미 현지 은행에 입사했던 그는 한국인 특유의 숫자감각과 멀티태스킹 능력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평소 언제 어떤 일이 와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태도로 임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의 철칙은 최대한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김 팀장이 캘리포니아 연방은행에서 초고속 승진하며 자리를 잡아가던 도중 9·11테러로 인해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으로 오게 됐다. 그는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겼나'하는 생각보다는 '한국에서 또 다른 기회를 찾아야겠구나'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이듬해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입사하게 된다.
김 팀장은 "회사가 나를 뽑은 이유는 새 고객을 데려오라는 뜻"이라고 판단하고 입사 이후 1년 동안은 영업에 매진했다. 근무처이던 광장동 근처 치과, 세무사 사무실 등 보이는 곳에 무작정 들어가서 인사하고 자기 소개를 했다. 두 번, 세 번을 찾아갔다. 1년 동안 1000명을 만났고 그 가운데 100명이 고객이 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HSBC은행에서 능력 있는 PB로 소문난 그는 2010년 SK증권 PIB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고객 대부분이 김 팀장을 따라 지점을 옮겼다.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고객과 함께 지낼 수 있어 뿌듯하다며 끝까지 증권사 PB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불교 신자인 김 팀장은 시간이 나면 강원도 대나무숲이나 바다로 힐링여행을 떠난다. "완전히 비우고 나면 머리도 말끔해지고, 다음 하는 일들이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그는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워킹우먼으로 고객과 만나고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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