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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7살 김수현, 그는 어떻게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나

[인터뷰] 27살 김수현, 그는 어떻게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나

얼마 전 종영한 SBS ‘별에서 온 그대’는 판타지 멜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시청률 30%에 근접하던 드라마는 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400살 불로불사의 몸을 지난 도민준(김수현)과 천송이(전지현)의 사랑 이야기는 한국을 넘어 중국까지 위세를 떨쳤다. 20대 청년의 모습을 가진 도민준은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다.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캐릭터인 그는 어린 외모와 달리 내면엔 묵직함을 지녔다. 흔치 않은 인물. 그리고 쉽게 소화하지 못할 배역이지만, 김수현은 도민준을 자신의 연기로 되살려냈고 이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김수현은 도민준이 극중 선보였던 검은색 정장에 얇은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20대 청년 김수현은 도민준의 모습 그대로 등장한 셈이다. 취재진 앞에 선 그는 겸손하게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도민준이란 배역을 탄생하게 된 것은 모두 그의 연기력과 평소 생활습관 덕분일지도 모른다.

평균 네 시간도 못자는 강행군을 이어간 김수현은 드라마 촬영을 끝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소감을 묻자 그는 “잘 마무리했습니다.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행복하게 드라마를 볼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합니다”고 소감을 말했다.

주목할 것은 극중 배역이다. 400년을 지구에서 살아온 도민준이란 배역은 정말 쉽게 만나지 못한다. 20대 외모에 400년의 지혜를 가진 인물은 어떨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거기에 외계인이다. 독특한 배역을 김수현은 자신만의 연기력으로 풀어냈다. 400살이란 나이는 김수현의 진중함으로 다시 되살아났다. 그의 연기는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쉽지 않은 배역을 표현한 것은 그의 연기 때문이다.

“도민준 역할을 맡으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도민준이 살아온 세월을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도민준이 처음 와서 호기심이 많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점점 상처를 받고 그런 내면을 보여주려고 했죠. 드라마를 보면 도민준은 쉽게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죠. 외계인이기 때문에 마음을 하소연할 곳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점점 감정이 메말라 가는 거죠. 그렇게 표현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이 이해하시더군요.”

400년이란 시간을 살아오면서 도민준은 극중 다양한 의상을 입어야 했다. 사극의 한복과 개화기 시대의 의상을 한 작품에서 입는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김수현은 그런 점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꼽았다.

“한 작품을 하면서 조선시대, 개회기 다양한 시대를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어요. 시대를 관통하면서 도민준이란 캐릭터의 경험을 살려야 했으니까요. 한복과 개회기 의상을 입는 것도 재밌었고요. 그게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인터뷰] 27살 김수현, 그는 어떻게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나

도민준은 외계인이다. 400년 동안 늙지 않은 그는 더불어 또 하나의 능력을 갖췄다. 바로 초능력이다. 순간이동은 기본이고 시간을 멈추고 괴력을 발휘한다. 청각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험담하는 소리에 괴로워한다. 능력에 따른 고통까지 표현한 작가의 발상도 좋지만, 천송이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는 도민준은 여성 시청자의 로망이었다. 김수현도 도민준의 초능력이 부러운 경우가 많았다.

“도민준이 가진 초능력은 정말 부럽죠.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나, 공간이동 능력 등 실제로 저한테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가장 부러운 것은 바로 공간이동 능력인데요. 그게 있으면 집으로 빨리 가니까 편할 것 같거든요. 배우란 직업은 시간을 맞추는 게 생명이라 그런 능력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케미라는 말이 있다. 남녀 주인공의 연기호흡이 잘 맞는 걸 케미가 좋다고 말한다. 케미는 영어단어 케미스트리(Chemistry)에서 나온 말로 드라마에서 남녀 간의 연기호흡이 좋다는 말로 많이 쓰인다. 전지현과 김수현은 영화 ‘도둑들’에 이어 이번 SBS ‘별에서 온 그대’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작품마다 성공을 거뒀다. 두 번째 호흡한 작품에서 그런 연기호흡이 나왔는지 궁금해졌다.

“전지현 선배는 영화 ‘도둑들’에서 처음 인사를 드렸죠. 이번에 드라마에서 만나게 되니 정말 편했어요. 누나가 성격이 원체 쾌활해서 드라마에서 현장 분위기를 맞추는 게 편하 거든요. 지현 누나랑 있으면 몰입이 잘돼요. 나이차이가 있는데도 정말 서로 연기가 잘 들어맞아요. 촬영하는 동안 진짜 천송이와 연애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400살 된 외계인과 한류스타의 사랑은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서로 다른 종적이지만, 이들은 결국 사랑에 빠진다. 과거 회상이나 천송이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차를 타고 절벽으로 떨어지는데 도민준이 나타나 구하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다. 수많은 장면 중에 김수현은 얼음호수에서 키스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별에서 온 그대’는 유독 키스 장면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에필로그에서 얼음호수를 배경으로 나왔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시간을 멈춘 상태에서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가서 손을 잡고 키스하는 장면이죠. 호수에 눈이 오고 얼음도 있는 차가운 상황에서 두 사람의 키스신은 따뜻하고 애틋하잖아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던데, 저도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그는 올해 나이 27살이다. 이른 나이에 그는 너무 빨리 스타가 됐다. 어떤 배우도 김수현 만큼 인기를 누린 적은 없다. 높이 올라간 그는 어린 나이에 너무도 많은 걸 얻었다. 어찌 보면 부담일 수도 있다. 과연 김수현은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번 작품이 성공한 것은 작가님과 감독님 덕분이에요. 작품을 들어가기 전에 두 분과 대화를 나누고 방향을 잡아간 것이 큰 도움이 됐죠. 도민준이란 캐릭터가 사랑을 받은 건 바로 그 때문이다. 팬들의 과분한 사랑 늘 감사하죠.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지만, 전 늘 도전하려는 입장이에요. 그래도 부담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회사 식구들과 함께 해결하려고 해요.”

27살 김수현은 ‘별에서 온 그대’ 한편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을 아우르는 배우가 됐다. 너무 이른 성공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김수현의 노력이 숨어 있는 건 분명하다.

촬영장에서 집중하는 능력은 거의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캐릭터에 대한 고도의 집중력 그게 바로 김수현이 오늘날 위치에 오르게 된 이유다.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 그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정말 궁금해진다.

/황인성 기자 new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