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이미 제각각 꿈을 가지고 있는데 어른들이 그걸 봐주지 못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동화책의 메시지를 '네 마음속의 그 꿈을 밝혀봐'로 바꾼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기여운 선임(사진)은 삼성전자의 사내 동호회 '닥콩출판사'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조직된 닥콩출판사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손수 만든 동화책을 보내고 있다.
현재 임직원 8명과 외부 재능기부자 3명, 대학생 1명 등이 활동 중이다. 첫번째 책은 지난해 10월 나왔다. 왜 하필 아프리카 아이들이었을까. 기 선임은 2012년 임직원 해외봉사단에 선발돼 콩고 민주공화국을 찾았던 시절로 돌아가 그 배경을 설명했다.
기 선임은 "일주일 동안 현지 아이들의 멘토링 봉사에 참여했는데 대다수의 아이들이 책 한 권 없이 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이후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왕이면 우리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보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을 실천으로 바꾸기 위해 함께 봉사를 다녀온 임직원 몇 명과 마음을 모았다. 동호회를 결성하면서, '과연 이 일이 성공할까' 하는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뜻깊은 일이어서일까. 마치 필연처럼 행운이 따라왔다. 무엇보다 팀원들이 누구보다 정성을 다해 동화책 제작에 뛰어들었다. 책이 출간되자 임직원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닥콩출판사 팀원들은 9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코리의 보물여행(6~10세 아동용)'과 '못생긴 사라(4~7세 아동용)' 두 권의 책을 제작,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부 행사를 열었다. 행사 진행 후 올 1월까지 콩고와 탄자니아, 세네갈 및 서울 소재 외국인학교 등에 약 600권의 책을 전달했다.
물론 그는 "동화책을 펴내는 일이 만만치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말로 아이들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고민이 많았다는 것.
기 선임은 "이미 어른의 마음을 가진 채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초기에는 아이들에게 '꿈을 가져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미 가진 꿈을 어른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메시지를 바꿨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기 선임은 이 같은 일이 자신 한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함을 강조했다. 함께했기 때문에 훨씬 쉽고 빠르게, 즐거운 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 선임은 "'책을 낸다'는 것이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 꿈꿀 법한 일이지만 결코 쉽지는 않다"며 "하지만 임직원들이 누군가를 위해 이토록 뜨겁게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는 것을 보면서 크게 감동했다"고 전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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