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대학생 전세임대 ‘부르는 게 값?’ 집주인 이면계약 요구

대학생 전세임대 ‘부르는 게 값?’ 집주인 이면계약 요구

#1. 모 대학 신입생 A씨. 부푼 꿈을 안고 대학 생활에 전념해야 할 그는 최근 매일같이 학교 인근 부동산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달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바로 자취방을 찾아다녔지만 구할 수 없어 결국 고시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상태다. 그는 "개강이 임박한 상태에서 너도나도 집을 찾는 바람에 맞는 자취방을 구하는 게 어려울 뿐더러 LH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한 원룸 발견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2.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살던 대학생 B씨는 최근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전세금 6000만원 외에 관리비 10만원, 월세 명목으로 총 25만원가량을 집주인에게 지불하고 살았으나 재계약 때가 되자 집주인이 돌연 전세금을 올리겠다고 나섰기 때문. 그는 "이면계약을 통해 매달 집주인에게 월세를 지불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들어오려는 대기 학생이 많다 보니 터무니없는 임대료를 책정하는 것 같다"며 "전세금 7000만원에 매달 월세 형식으로 35만원을 지불하고 여기에 이자 비용까지 합치면 50만원가량을 매달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세임대 '부르는 게 값?'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사업시행 3년차를 맞은 가운데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보증금 100만~200만원, 월 임대료 7만~18만원 수준으로 대학생 주거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와 달리 이면계약을 통해 월 임대료를 2배 이상으로 올리는 집주인이 있는데다 전세물량 자체가 귀해 입주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하숙이나 고시원 등을 임시거처로 이용하는 대학생이 이어지고 있는 것.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서울 1000여명 등 전체 3400여명에 이르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자가 발표됐으나 신학기가 시작되고도 대상자 가운데 집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특히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으로 선정된 집을 구해도 이면계약을 요구하는 집주인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한 대학생은 "관리비 명목으로 적게는 5만원, 많으면 20만원까지 내야 하는 곳이 있고 전세금 외에 매달 월세 형식으로 20만~30만원을 요구하는 집주인이 있다"며 "학생 입장에서는 원룸보다 저렴하고 워낙 조건에 맞는 물건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거의 집주인 요구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전세금 7000만원 외에 관리비 10만원과 월 임대료 형식으로 20만원 등 총 30만원을 임대인에게 지불하고 있고 이자 비용까지 합치면 40만원 이상을 부담하는 셈이다.

서대문 D공인 관계자는 "통상 LH에서 대신 지급해주는 전세금이 최대 7500만원이어서 대부분의 원룸이 이 가격 선에서 나오고 있고 더러 5000만~6000만원 정도에 전세금이 책정돼도 별도로 월 임대료를 내야 하는 곳이 있다"고 귀띔했다.

■LH "학생불편 개선책 마련"

신촌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고 어차피 학생들이 지불하는 금액이 일반 원룸 비용보다 적다는 생각 때문에 관리비 등의 형식으로 이면계약을 요구하는 곳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월세액을 전세로 환산해도 5500만원 정도 집이었지만 계약을 하려고 보니 어느새 전세 7500만원으로 부풀려져 차액을 월세로 내야 한다는 집주인 요구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해 온 학생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LH는 학생들이 느끼는 불편을 수렴, 향후 제도 개선에 적극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아직 해당 주거지에 대한 권리 분석 및 계약 절차를 도울 만한 전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 같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