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으면서 출범을 앞둔 제3기 방송통신위원회의 공백이 장기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최성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등 개인적 의혹과 후보 적격성 등을 둘러싸고 국회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여야 의원들 간에 입장 차가 크게 벌어졌다.
최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방통위원장이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아 영광이지만, 한편으론 중책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법원이나 정부에서 일하는 것이 모두 국민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깊은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방송·통신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평생 법과 양심에 따라 살아온 만큼, 방송환경의 공정성 확보와 신뢰받는 방통위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의 세금 탈루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미방위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판사 재직 당시 지하철 4호선 연장 공사 지역인 안산 상록수역 일대 역세권에 토지를 매입했는데 2010년 매도 당시 실거래가의 절반 수준에 팔았다"며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같은 당 강동원 의원은 후보자의 큰딸 명의의 계좌에 거액의 예금이 예치된 것과 관련해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최 후보자는 "(토지는) 실거래가에 거래했으며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다"며 "장녀 예금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인데 증여세를 못 낸 건 소홀했던 거 같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증여세 미납분과 일부 종합소득세 누락분을 최근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인 출신인 최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후보자 적격성 여부도 집중 부각됐다. 야당 의원들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방송통신산업의 환경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그러나 최 후보자와 여당 의원들은 "판사 재직 시절 방송통신 관련 사건을 두루 처리했고, 관련 학회 등에서도 왕성히 활동하는 등 자격조건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문제 등 여러 쟁점이 맞물리면서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제3기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야당 측이 추천한 고삼석 중앙대 교수에 대해 법제처가 경력 부족을 이유로 부적격 판단을 내린 것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고 후보자에 대한 법제처의 해석을 토대로 재추천을 요구한 방통위의 요청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최 후보자 임명 동의에 더욱 반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하면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은 물론, 3기 방통위 출범도 상당기간 늦어질 수 있다. 다만, 현행 국회법은 미방위가 부적격 의견서를 채택하거나 인사청문 절차가 장기간 지연될 경우 대통령 재량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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