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

[금융투자산업 긴급진단] ‘거미줄 규제’ 증권·운용사 손발묶여.. 방문판매법 제외 시급

[금융투자산업 긴급진단] ‘거미줄 규제’ 증권·운용사 손발묶여.. 방문판매법 제외 시급
금융투자협회가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금융투자산업, 위기에서 길을 묻다' 토론회에서 규제완화에 대한 강도 높은 요구가 나왔다. 길재욱 증권학회 회장, 강동수 KDI 금융경제부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대표, 이태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 전용일 성균관대 교수, 조재민 KTB자산운용대표(왼쪽부터)가 금융투자 규제 혁신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절박함 때문인지 '규제완화'의 목소리와 강도는 예상 수위보다 높았다. 금융투자업계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추가적인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이 필요하다는 자기반성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조문을 10분의 1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언급까지 나올 정도로 규제완화 필요성에 방점이 찍혔다.

이는 금융투자협회가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금융투자산업, 위기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증권업계의 목소리다.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 외환거래 규제 완화, 금융상품 방문판매법 개정 필요성 등도 강력히 요구했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대표이사는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면서 금융투자업계 플레이어들(증권사, 운용사 등)의 차별화가 없어져 오히려 현 체제가 유지된다"며 '규제완화=자본시장 발전'임을 역설할 정도였다.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증권업계의 이 같은 규제완화 요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규제 풀어 줘야 새먹거리 찾는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 40여명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 '금융투자산업 규제 혁신방안'이란 주제를 발표한 김화진 서울대 교수는 "(현재 국내 규제는)금융투자회사가 은행보다 더 얌전하게 사업을 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혁신해야 할 규제로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규제, 외환거래 규제, 자금이체 규제(증권사 법인지급결제 금지)를 꼽았다.

김화진 교수는 "증권사는 꾸준히 자기자본을 쌓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NCR가 무려 496%다. 이는 은행권에서 적용되는 BIS비율(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로 환산하면 40% 수준"이라며 '지나친 규제'라고 주장했다.

은행에 비해 과도한 외환 관련 규제도 지적됐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개인, 기관투자가들의 금융자산이 급속히 늘면서 외화표시상품 등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증권사 (독자적으로) 머니마켓에 대한 접근은 차단돼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증권사가 연간 3000만달러 이상 차입하면 신고해야 하는 등 조달과 운용 모두 막혀 있어서 국내 증권사가 외화표시자산 투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김용재 고려대 교수는 고객돈은 예금 등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주업무인 은행의 규제를 금융투자회사에 적용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용재 교수는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침해 문제를 해소하는 게 은행 규제인데 자본시장도 이 같은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자본시장법 조문을 10분의 1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업무 금지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화진 교수는 "증권사들은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금융결제시스템에 참가금을 냈지만 법률적 근거 없이 지급결제를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증권사는 개인에 대해서만 지급결제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법인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의 이체를 증권사에 요청할 경우 증권사는 법인 지급결제 대행업무를 맡기로 한 은행에 수수료를 내고 요청해야 한다. 투자금융 업무의 파트너가 대부분 법인인 증권사로서는 영업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현재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업무 허용에 대해서는 확고한 반대입장이다.

■'방문판매 제외' 4월 국회 넘나

금융투자업계가 그간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방문판매법 적용대상에 금융상품을 제외하는 법안은 4월 국회 벽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방문판매업법상에는 방문판매 때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14일 이내에 계약철회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 법안이 금융투자상품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상품은 가격변동이 심해 소비자가 계약을 철회할 경우 금융투자회사로서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펀드 상품의 경우 다른 투자자도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계약철회권을 배제해야 금융상품 방문판매의 법적 안정성이 보완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12월부터 "소비자의 투자권유 요청에 의해 방문한 경우 소비자계약철회권 적용을 배제한다"는 내용의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목소리를 내 왔지만 계속 국회 정무위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태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은 "4월 국회에서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방문판매법 개정안은 현재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돼 있어 정무위 법안소위를 거치면 큰 문제없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