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들이 연봉공개로 곤욕을 치르는가 하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웃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13일 삼성전자 임원들에 따르면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임원을 사상 첫 공개한 이후 연봉공개 대상이 아닌 임원들한테까지 각종 단체 등에서 기부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심지어 지인과 친척들로부터 돈 꿔달라는 부탁도 크게 늘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편에서는 10년 전 받은 삼성전자 스톡옵션의 권리행사 종료일이 가까워오자 차익실현에 나서는 임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차익규모가 많게는 10억원을 웃돈다.
■연봉공개에 '울고'
삼성전자의 모 임원은 "요즘 하루에도 수십통의 문자와 전화를 받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모교, 향우회 등에서 기부해 달라는 연락들"이라며 "평소에도 적지 않게 기부를 해왔는데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임원은 "돈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내 연봉은 공개된 금액보다 한참 낮은데 주변에서 초고액 연봉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부요청만 늘어난 게 아니다. 밖에서 보는 기대수준이 높다보니 일상적으로 지출하는 경조사비 수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부대비용이 크게 증가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상장사 등기임원들의 연봉공개 이후 황제연봉을 받는 곳 중 하나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AT&T 등 글로벌기업들의 수준에 비하면 삼성전자 고위임원들의 연봉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삼성전자 측 얘기다. 가장 연봉 수준이 높은 삼성전자에서도 연봉 5억원을 밑도는 미등기임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근로소득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과 연금·건강보험료 등을 빼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연봉의 60% 정도다.
또한 직급이 올라가도 고속승진이 아니면 연봉은 큰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 A임원은 "회사 안팎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면 연봉이 두 배로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더라. 하지만, 상무 6∼7년차에서 전무로 승진하면 연봉은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고 전했다.
■스톡옵션에 '웃고'
최근 삼성전자 임원들을 웃게 만드는 일도 있다. 지난 2004년 임직원들에게 준 스톡옵션을 행사해 차익을 실현하는 임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 스톡옵션은 마지막으로 지급된 것으로 오는 16일 권리행사가 종료된다.
지난달 말 이후 한명섭 디지털이미징사업팀장(부사장)과 최승철 전무가 각각 11억4307만원, 10억7577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반상조 상무는 6억684만원, 정은승 반도체연구소장 부사장은 8000만원 상당의 차익을 실현하는 등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톡옵션은 공시사항이라서 현직 임원이 재임 중에 행사하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것처럼 비칠 수 있어 대부분 눈치를 본다"며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권리행사 마감이 눈앞이라 이 같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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