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업체들이 생산 효율성을 강조하는 '미국식' 맥주 제조법 위주에서 탈피해 맛과 향이 깊은 '유럽식' 프리미엄 맥주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국내 맥주업체들이 각각 영국, 독일 등의 정통 유럽식 맥주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시장을 장악해온 미국식 맥주에 싫증이 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정통 유럽식 맥주를 선보여 다양한 소비층의 갈증을 해소시키겠다는 것이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해온 기존 맥주 시장은 미국식 라거(하면저온발효 맥주)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롯데주류가 맥주시장 진출과 함께 독일식 전통의 라거 제조 공법을 도입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에 뒤질세라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도 각각 영국식 프리미엄 에일(Ale·고온 상면발효 맥주)을 선보이는 등 맥주시장에 때아닌 유럽 정통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국산 맥주는 유럽식에서 미국식으로 진화해 고착돼 왔다.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조선맥주 '크라운'은 진한 맛의 유럽식 맥주였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다. 대신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를 반영해 부드럽고 깔끔한 미국식 맥주인 '하이트'를 출시해 대박이 났다. 경쟁사인 오비맥주도 톡 쏘는 청량감이 높은 '카스'로 상한가를 치면서 국내 시장은 미국식 라거 맥주가 점령해왔다.
게다가 국산 맥주는 톡 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내는 미국산 호프를 써왔다. 반면 유럽식 맥주가 대세인 일본 맥주는 유럽산 호프를 많이 써왔다. 일본 맥주시장 점유율 1위인 아사히 슈퍼드라이도 독일산 '파인아로마' 호프를 사용해 쓴맛을 낸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생산 효율성이 높은 미국식 제조 공법을 따른 대부분의 한국 맥주들은 6~7도의 맥주에 물을 섞어서 4도 정도의 판매용 맥주를 생산해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롯데주류가 충주 맥주공장 완공과 함께 이달부터 첫 판매에 들어가는 맥주인 '클라우드'는 100% 맥주 발효원액으로 물로 희석하지 않는 독일 전통 방식의 맥주생산 공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이로 인해 알코올 도수는 다른 맥주보다 1도 정도 높은 5도에 맞췄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수성 전략도 만만치 않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대형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영국식 에일 맥주를 지난해 생산하며 국내 맥주 종가의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인 맥주연구소 덴마크 알렉시아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3년간의 연구 끝에 영국식 프리미엄 페일 에일(Pale Ale) 맥주 생산에 들어갔다. 브랜드명은 아침식사 때마다 물 대신 에일 맥주를 마실 정도로 에일 애호가였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서 착안해 '퀸즈에일'로 지었다.
오비맥주는 영국 스타일의 프리미엄 에일맥주 '에일스톤(ALESTON)'을 생산해 지난 1일부터 판매, 출시 8일 만에 35만병을 판매해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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