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휘어 몰입감을 주는 커브드(Curved·곡면)TV(사진). 미래 TV시장의 주인공으로 각광받으면서 TV업체들의 기술력 경쟁이 치열하다.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수요가 만만찮다. 삼성전자 커브드 TV는 국내 출시 한달 만에 700대 판매를 돌파했을 정도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고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란 평가다.
제품 인기상승과 함께 커브드 TV의 '곡률'과 '제조 공정' 등 탄생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그만큼 개발에 난제가 많은 TV여서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 커브드 TV의 곡률은 4200R이다. 곡률은 화면의 휜 정도를 뜻한다. 4200R는 반지름이 4200㎜인 원의 휜 정도를 의미한다. 왜 굳이 4200일까. 이 숫자는 삼성전자 상품기획팀 등의 끈질긴 조사와 연구의 결과물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마케팅그룹 지송하 부장은 "일반적인 소비자의 TV 시청 환경에서 여러 사람이 TV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시청 지점(Sweet Spot)'을 찾기 위해 미국, 유럽, 한국 등 전 세계 소비자를 가가호호 방문해 조사했다"며 "그 결과 가옥의 크기나 형태에 상관없이 일반적인 가정 내 TV 시청 거리가 3~4m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청거리에서 3~4명의 가족 구성원이 모두 최적의 시청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곡률을 역으로 계산해 '황금 곡률'인 4200R 값을 최종 산출해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물론 '황금 곡률' 산출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곡률에 맞는 커브드 형태를 구현하는 것이 새로운 숙제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은 커브드 형태를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삼성전자 개발실의 또 다른 도전과제였던 셈. 삼성전자가 지난해 IFA에서 세계 최초 커브드 울트라고화질(UHD) TV를 선보였을 때 많은 이들이 뛰어난 화질에 놀라면서도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개발실은 커브드 TV를 위한 고유의 제조 공정을 고안해내는 데 성공했다.
두께가 0.5㎜에 불과한 얇은 셀에 백라이트와 영상 및 파워 보드를 4200R로 고르게 휘어 브라켓(bracket)으로 고정하고 마지막에 TV 캐비넷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실장은 "커브드 화면은 단순히 화면만 휜 것이 아니다"며 "화면과 회로기판 소재는 물론, 회로 설계가 달라져야 하고 화질 구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심지어 조립하는 나사 하나까지도 바뀌었을 정도로 특화된 제조 공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 커브드 UHD TV는 지난달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중국과 미국, 영국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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