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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열도 타격왕’ 노린다

이대호(32·소프트뱅크·사진)가 백인천 이후 39년 만에 한국인 수위타자에 도전한다. 백인천(당시 다이헤이요 라이온즈)은 1975년 3할1푼9리의 타율로 (재일동포 장훈을 제외한) 순수 토종 선수로는 처음으로 수위타자에 올랐다. 이후 이종범, 이승엽, 이범호 등 다수의 강타자들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으나 타격왕에 오르지는 못했다. 일본에선 수위타자를 타격왕이라는 별칭으로 즐겨 부른다.

이대호는 15일 라쿠텐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2루타 3개 포함 4타수 4안타를 터트렸다. 3할5푼3리이던 타율이 4할로 껑충 뛰었다. 단숨에 퍼시픽리그 타격 3위로 올라섰다. 39년 만에 한국인 수위타자 자리를 정조준할 위치에 도달한 것.

이대호가 올 시즌 타격왕을 넘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든든한 지원군을 들 수 있다. 지난해까지 빈타의 오릭스 군단에 속해 홀로 고군분투했던 반면 올해는 앞뒤로 강타자의 엄호를 받아 투수의 집중견제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수위타자를 차지하기 위해선 이들 팀 내 강타자와 경쟁해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15일 현재 퍼시픽리그 수위타자 1·2위는 우치가와(32.424)와 나가다니가와(30.423)로 모두 소프트뱅크 소속이다. 이대호는 이들로 인해 투수들의 집중도를 떨어트리는 효과를 얻고 있지만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소프트뱅크의 팀 타율이 3할(0.305)을 넘는 이유도 한 팀에 3명의 4할대 타자가 버티고 있어서다.

이대호의 타격감이 절정을 예고한 것은 지난 13일 오릭스와의 경기. 이대호는 전날 같은 팀과의 대결에서 생애 첫 4연속 삼진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바로 직전 경기에서 시즌 두번째 3안타의 호조를 보인 터여서 정신적 슬럼프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쏟아졌다. 오릭스가 지난해까지 이대호의 소속 팀이어서다.

4연속 삼진 다음 날. 이대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뽑아냈다. 친정팀 오릭스에게서 갖는 정신적 부담을 말끔히 씻어냈다는 평가. 이날의 손맛은 이튿날 4안타로 이어졌다. 두 번째 타석의 2루타는 좌중간 펜스 상단을 맞히는 대형 타구였다. 절정의 타격감을 짐작하기에 충분한 파워였다.

이대호는 일본 진출 첫 해인 2012년 2할8푼6리를 기록했다. 홈런 24개와 91타점(1위)으로 대단한 활약을 보였으나 아쉽게도 3할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대호는 지난해 3할3리로 파워와 정교함을 두루 갖춘 타자로서의 명성을 되찾았다.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올해는 타격왕을 정조준하고 있다. 일본 진출 3년째로 뼛속까지 일본 프로야구(NPB)에 녹아들었고 팀 내 타격 지원군도 든든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