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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vs책] 조너선 아이브 vs 미친듯이 심플

[책vs책] 조너선 아이브 vs 미친듯이 심플

몇천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과를 의미하는 일반명사로 불렸던 '애플'을 몇십년 만에 한 기업의 이름으로 각인시켜버린 괴팍한 천재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2011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전 세계의 언론과 출판은 이 놀라운 기업의 성공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잡스와 애플에 대한 기사와 책을 연일 쏟아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잡스 혼자서 이룰 수 있었을까? 분명 잡스 뒤에는 그를 도와주고 빛나게 해주는 이들이 있었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대표 상품들의 디자인을 총괄한 조너선 아이브와 광고와 마케팅을 이끈 켄 시걸이 그들이다. 이들을 새롭게 조명한 책 두 권이 동시에 나왔다.

'조너선 아이브'(민음사 펴냄)는 애플의 디자인 총괄 수석부사장 조너선 아이브의 삶과 디자인 철학을 다룬 책이다. 특히 자신이 디자인한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할 정도로 뛰어남을 자랑하는 아이폰은 그의 철학이 집약돼 있다. 디자인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단순한 것, 그래서 사용자가 제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심플함이 그것이다. 이는 잡스가 추구하는 '기술과 예술의 통합'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디자인이었고, 대중적인 흥행이 이를 입증했다. 이 책은 애플 특유의 엄격한 비밀주의로 베일에 싸여 있던 조너선 아이브의 어린 시절부터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 애플에서의 활약, 잡스와의 파트너십,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개발하는 과정까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책vs책] 조너선 아이브 vs 미친듯이 심플
세상을 놀라게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애플은 '혁신'과 '창조'를 내세워 우리의 삶을 바꿨다. 기술과 예술의 통합을 완벽하게 보여준 애플의 대표 제품들인 아이팟 나노, MP3P 아이팟 , 2011년형 아이맥 , 아이폰4S, 아이패드2(왼쪽부터).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었다면, 이제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차례. 17년간 잡스와 함께 애플의 광고와 마케팅을 이끌었던 켄 시걸은 이를 완벽하게 해냈다. 특히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광고 캠페인을 기획해 애플의 부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걸은 이 두 단어로 사람들에게 강력하고도 창의적인 기업 이미지와 애플 제품의 혁신성을 동시에 전달했다. '미친듯이 심플'(문학동네 펴냄)에서 그는 애플의 심플한 경영원칙 11가지를 제시한다. 그리고 저자가 잡스와 함께 제품의 마케팅을 기획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실례로 든다. 시걸이 잡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면 애플의 컴퓨터 '아이맥(iMac)'이 우스꽝스러운 이름 '맥맨(MacMan)'이 될 뻔했던 에피소드는 그의 비즈니스적 통찰과 마케팅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염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의 애플 팬들은 여전히 애플 제품을 사랑하고 곧 출시될 '아이폰 6'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있다. 잡스가 없는 애플이 이토록 건재한 이유는 잡스가 세운 애플의 가치, '기술과 사람의 결합'를 지키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와 켄 시걸 같은 인물들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동안 잡스의 장막 뒤에 가려져 있던 이들이 앞으로 애플의 미래를 어떻게 그릴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확인해보라. 그들의 삶과 철학 속에 애플의 미래가 담겨 있다.

김민숙 교보문고 MD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