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사고과 저조자를 대상으로 재교육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통해 조직을 쇄신하고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권고사직과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선별된 일부 인원은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인사고과 점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직원을 선별, 이들의 업무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저성과자 역량향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상은 최근 3년간의 업무평가를 기초로 선별됐으며, 인원은 약 100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프로그램에 따라 일정 기간 별도 시설에서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업무 복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별도의 교육이 진행된다.
LG전자가 특허나 소프트웨어 등 특정 분야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은 있지만, 인사고과 저조자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연구개발(R&D) 인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LG는 글로벌 경기상황이 불투명하고 주요 계열사들이 신통치 않은 실적을 거두면서 현재 상황을 위기로 보고, 이에 대한 해법으로 R&D를 꼽았다.
이에 따라 LG는 지난 3월 그룹 차원에서 태양전지 모듈을 개발한 LG전자 연구위원 등 R&D 인력 46명을 연구.전문 임원으로 선임했다. R&D 인력 보강에 나선 셈이다.
LG전자가 도입한 '저성과자 역량향상 프로그램' 역시 R&D 조직 강화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실제 이번 프로그램 대상은 대다수가 연구직에 속해 있는 인원들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다른 업무에 비해 연구직군에 종사하는 인원들이 리더십 등의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해당 재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된 인원들은 내심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다.
회사의 퇴사 종용 압박은 없지만 권고사직과 다름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부이지만 대상자 중에서는 퇴사를 선택한 이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교육 대상에 포함된 상당수가 연구직군"이라며 "R&D 인력 비중이 높은 LG전자의 기업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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