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렉(터키)=김유진 기자】 "지금으로선 커브드(곡면) TV의 성공 여부를 단언하기 어렵다. 이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최소 3~4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폴 그레이 디스플레이서치 이사(사진)는 현재 많은 TV 제조사들이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커브드TV의 시장성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봤다. 이 제품은 수익을 창출해 낼 수단이라기보다 제조업체들이 혁신의 측면에서 새로 발견해 낸 돌파구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터키 벨렉의 레그넘 칼랴 호텔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2014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커브드 TV의 경우) 유려한 디자인과 기술, 독창성을 갖춘 만큼 제조업체들이 높은 단가 압박을 받는다"며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이 TV를 구입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레이 이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해 보였다. '선행 기술이 항상 경쟁에서 이기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OLED 기술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울트라고화질(UHD)을 포함한 액정표시장치(LCD)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OLED 패널의 경우 TV 외에 심미적으로 충분한 가치를 낼 수 있는 다른 부분, 이를테면 조명 사업이나 항공, 자동차 등의 산업 영역에서 수요를 찾아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레이 이사는 올해 TV시장 전망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최근 3~4년간 계속 감소세였던 시장 성장률이 올해에도 크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의 수요가 저조하고 남미 시장도 경기가 불안정해 TV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다만 오는 6월 월드컵을 앞두고 TV 제조사들이 강하게 프로모션을 걸고 있는 등 재고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도 수요 회복 측면에서 선진 시장보다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다른 OLED 사업전략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논리적'이라는 말로 논쟁을 피해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OLED는 주로 모바일 기기용으로 생산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TV용으로도 OLED를 만든다.
그는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 OLED에 대한 자신감으로 TV용 OLED 패널에 나서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TV보다는 중소형 OLED 사업에 집중한 결과 전 세계 시장의 85%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며 "두 회사가 UHD나 OLED 시장에서 각각 다른 전략을 쓰는데 하나씩 뜯어봤을 때는 모두 논리적으로 타당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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