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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충무공과 목민심서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명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아전을 단속하는 일을 꼽았다. 모두 열두 편의 책 중 5편 이전(吏典)에서 속리(束吏)를 따로 두었을 정도다.

"백성들은 흙으로 밭을 삼고 아전들은 백성으로 밭을 삼는다"는 지적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백성들을 뜯어먹고 사는 아전들의 횡포를 그대로 놓아두고는 목민관이 선정을 펼 수 없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19세기 초 다산의 가르침보다 200년도 더 앞선 시기에 철저한 아전 단속으로 백성들의 신망과 존경을 한몸에 받은 우리 역사의 위인이 한 명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난중일기에는 장군이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부임한 직후 나태하고 부패한 군관과 아전들을 혼내주는 내용이 여럿 실려 있다. 병선을 수리하지 않거나 병사를 모집하는 일을 거짓 보고한 부하들을 장군은 곤장으로 엄하게 다스렸다. 이웃집 개를 잡아먹은 병사도 예외 없이 중벌을 받았다. 장군은 특히 군의 사기와 전력에 큰 영향을 주는 탈영병이나 군량 절도범들에게 엄한 벌을 내렸다. 병사 30명을 배에 싣고 도망갔다 잡힌 부하의 목을 벴고 군관, 머슴 등의 직무태만과 민폐에도 눈을 감지 않았다.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부정부패가 판치던 당시 상황에서 최말단 행정관서의 비리부터 바로잡지 않는 한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고 장군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장군의 위업과 뜨거운 애국심, 그리고 부하와 백성을 아끼는 마음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온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장군의 인품과 지략 또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빛을 잃을 리 없다.

숱한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장군의 리더십과 승리 요인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새삼 주목해야 할 것은 장수로서의 장군보다 백성을 다스리는 목민관으로서의 장군이 보인 모습이다. 아전 단속은 지방 행정관서에서 벌어지는 권력 남용과 토착 비리를 뿌리 뽑는 일이다.
건축 공사에 비유하면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일이다. 힘 없는 민초들의 사정을 헤아리고 공직 기강을 엄정하게 세운 장군의 선정이 길게 보면 수많은 위업의 토대가 됐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28일은 충무공의 470번째 탄신일. 백성을 아끼고 사랑한 장군의 넋과 인품이 난중일기가 아닌 목민심서에서도 살아 숨쉬고 있음을 확인한다.

tanuki2656@fnnews.com 양승득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