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는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가장 많이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백나무 향 가득한 전남 장흥 우드랜드에서 한 여행객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청록의 계절 5월이 세월호의 슬픔과 함께 저물어 간다. 이럴 땐 숲으로 가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 뭔가를 퍼내고 싶을 땐 숲보다 좋은 곳이 없다. 응어리진 마음이 새소리 바람소리에 씻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정갈해지고 몸까지 청량해진다. 편백나무는 치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5월의 막바지, 여행 테마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숲 체험이다. 몇 해 전부터 전남 장흥은 대표적인 숲 여행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억불산 자락에 자리한 '편백숲 우드랜드'가 있어서다.
■편백숲 우드랜드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가장 많이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 편백나무. 전남 장흥군에는 100㏊에 이르는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가 바로 그곳.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숲속에서 건강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생태건축을 체험할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관, 목공건축체험장, 편백 톱밥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는 우드랜드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편백소금집(찜질방)이 개방돼 있어 휴양과 건강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편백나무 향 가득한 우드랜드는 맑고 상쾌한 바람으로 가득하다.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 사이로 놓인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면, 녹음은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햇살은 몸에 가득 봄기운을 불어넣는다.
편백숲 산책로의 끝에 우드랜드의 명물로 꼽히는 '비비에코토피아'가 자리하고 있다. 한때 누드 삼림욕장으로 소개되면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공식적인 용도는 '풍욕(風浴)'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부직포로 만들어진 가벼운 옷을 걸치고 숲의 기운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곳이다. 비비에코토피아는 체험객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주변을 대나무로 된 차폐막을 설치해 주변 공간과 구분했다. 나무벤치나 해먹에 누워 1시간쯤 조는 듯, 명상하는 듯 눈을 감고 있으면 풍욕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천관산 자락에서 바라본 남도의 풍경
■호남의 5대 명산, 천관산
기암괴석과 억새평원으로 명성이 높은 천관산(해발 723m)은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힌다. 부처바위, 사자바위, 기바위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정상의 바위들이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고 해서 천관산이라 불린다.
능선에 서면 전남 일원의 모든 산과 멀리 제주도까지 보일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봄에는 신록의 신선함과 생동감, 여름에는 기운 넘치는 초원 능선, 가을에는 은빛 찬란한 억새능선으로 바뀌면서 장관을 거듭한다.
동쪽 능선 끝자락은 곧장 바닷속으로 빠져들 만큼 바다와 인접해 있어 천관산 능선 어디서든 시원하게 펼쳐지는 다도해 풍경을 볼 수 있다. 언제 와도 싫증나지 않는 산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이유다.
장흥 위씨의 종갓집인 방촌리 '존재고택'
■문학관광기행특구, 장흥
가사문학의 발원지이자 소설가 이청준, 한승원 등 수많은 현대문학 작가를 배출한 고장인 전남 장흥은 '정남진 장흥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됐다.
천관산문학공원을 비롯해 천관문학관, 기양사, 장천재, 탐진강의 정자들, 선학동마을, 남포마을, 송기숙 문학현장, 이청준 문학자리, 이청준의 눈길, 한승원의 달 긷는 집, 한승원 문학산책로, 회진, 덕도, 신덕리 등등 곳곳에서 장흥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장흥 출신 문학인들의 작품이 많이 실려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이청준의 수필 '이야기 서리꾼'과 '아름다운 흉터', 소설 '선학동 나그네', 김녹촌의 동시 '겨울 아이들'과 '들국화', 동요 '산새발자국', 이대흠의 시 '동그라미'와 '아름다운 위반', 수필 '거미의 일기장', 엄현옥의 수필 '얼룩동사리를 생각하며', 이성관의 동요 '반딧불' 등이다. 장흥군은 문학관광기행특구 활성화를 위해 문학테마파크 조성, 문학패밀리파크 건설, 문학현장 개발 등의 다양한 문학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집 앞에 펼쳐진 원림이 일품인 고영완 가옥
■고택과 정자의 고장
장흥에는 또 정자와 고택이 많다. 예로부터 나라의 곡창이었던 전라남도는 땅이 비옥해 물산이 풍부했다. 여유 있는 백성들은 음풍농월을 즐겼고, 선비들의 풍류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특출났다. 남도의 소리가 빼어난 것도 그 때문이며, 뛰어난 시화가 널려 있는 것도 그런 연유다.
장흥에 있는 여러 건축물 중 가장 도드라지는 곳은 고영완 가옥이다. 이 집은 경사가 급한 비탈을 따라 세 단계로 지어졌다. 제일 아랫단에는 대문과 하인방을 배치했고 그 윗단에는 마당과 창고.관리사를 배치했다. 맨 윗단에 본채와 양옥이 있는데 안채는 앞면 다섯 칸, 옆면 두 칸 규모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이다. 이 집은 고영완의 할아버지 고재극이 1852년 건립했다.
이 집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집 앞에 펼쳐진 원림(정원) 때문이다. 원림에는 연못이 있고 가운데에는 작은 섬이 있다. 못 둘레에는 소나무.느티나무.배롱나무.대나무 등이 숲을 이루는데 특히 배롱나무 군락이 붉은 꽃을 피우는 7~8월에는 가지에서 핀 꽃과 연못에 비친 꽃이 서로 마주 보며 절경을 연출한다.
존재고택은 중요민속문화재 제161호로 장흥 위씨의 종갓집이다. 방촌리 마을 깊숙한 곳에 있어 주위의 경치가 아름답다. 바깥마당에는 연못이 있고 집 뒤로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부춘정은 청영 문희개가 정유재란 뒤 고향에 돌아와 세운 것으로 창건 당시에는 청영정(淸潁亭)이라 불렀다.
동백정은 문화재자료 제169호로 세조 4년인 1458년 축조됐다.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에 팔작지붕인데 청주김씨 문중이 소유하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세조 4년(1458년) 의정부 좌찬성 동촌 김린(1392~1474)이 관직에서 은퇴한 후 은거하기 위해 지었다고 전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레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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