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가 가짜석유를 팔다 적발됐다. 최근 주유소업계가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시행에 극렬히 반대하는 가운데 일어난 사건이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이천시 경충대로변의 알뜰주유소인 '응암휴게주유소'가 가짜석유를 팔아오다 단속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에 적발됐다.
석유관리원은 응암휴게주유소에서 가짜석유를 팔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수개월간 잠복근무를 하며 감시한 끝에 경기 화성경찰서와 함께 현장을 적발했다.
해당 주유소는 경유에 등유를 혼합해 품질이 떨어지는 기름을 팔았다. 경유에 비해 세금이 적게 붙는 등유를 혼합해 사실상 세금을 탈루해 부당이득을 남긴 것이다. 등유가 혼합된 경유를 차에 넣고 달리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엔진에 무리가 가 차가 고장이 날 확률이 높아진다.
이 주유소는 석유관리원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등유에 들어가는 '식별제'를 제거했다. 등유에 들어가는 식별제는 경유에 혼합돼도 특정 시약을 넣으면 함께 반응해 기름 색깔이 변하게 된다. 석유관리원은 가짜석유를 단속하기 위해 단속현장에서 기름을 채취해 즉석으로 시약테스트를 통해 가짜 여부를 밝혀왔다. 현장에서 시약테스트의 반응이 없으면 해당 기름을 가져와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이 주유소는 경유에 등유를 섞는 방식으로 가짜석유를 팔았으며 현장 시약테스트에 걸리지 않기 위해 식별제까지 제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면서 "정수기 필터를 통해 물을 걸러내듯이 자체 제작한 필터를 통해 등유의 식별제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가짜석유로 적발된 응암휴게주유소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29조에 따라 지난 9일부터 오는 9월 8일까지 3개월간 사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편 가짜석유 유통을 막기 위해 정부는 주유소의 석유 매입 매출량을 보고하는 거래상황 보고체계를 기존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변경, 7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주유소협회 측은 영업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제도 시행을 2년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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