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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만 20년,활로 못찾는시멘트업계] (중) 과당경쟁 자제하고 건전 생태계 조성부터

[비상경영만 20년,활로 못찾는시멘트업계] (중) 과당경쟁 자제하고 건전 생태계 조성부터

지난 2008년부터 작년까지 시멘트업계의 누적 적자는 무려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인력 구조조정도 같은 기간 기업별로 적은 곳은 11%에서 많은 곳은 무려 62%(963명→365명)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로 이뤄졌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업계는 올 1·4분기에도 매각 등 특수 상황에 놓여 있는 동양시멘트와 현대시멘트를 제외하더라도 업계 전체적으로 81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의 시멘트업계도 국내 업계와 매우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자구노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극복 과정을 살펴보고 국내 업계의 대응방안을 모색해 본다.

■일본, M&A를 통한 구조조정 성공

일본 시멘트업계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수요를 상회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유연탄 등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했지만 이를 시의적절하게 시멘트가격 인상에 반영시키지 못했었다. 이 가운데 일본의 시멘트업계는 지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업이 불황에 직면해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업계는 생존을 위해 과감하게 업체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와 자발적 설비감축에 나섰다. 그 결과, 쌍용양회의 대주주인 태평양시멘트 등 3개 대형업체의 시장점유율이 80%를 초과하기에 이르렀다. 설비감축은 대형 시멘트사 위주로 실시됐다. 덕분에 일본 시멘트업계는 최근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일각에서는 일본의 사례는 국내 시멘트업계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방안이며 시멘트업계가 설비 감축을 통한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기 대응과 함께 통일 대비 주장도

국내업계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지난 13일 현대시멘트의 최대주주가 정몽선 회장에서 하나은행으로 변경됐다. 채권단이 대출금을 출자전환하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뀐 것이다. 동양시멘트 역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상황을 1990년대 일본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20여개에 달하는 시멘트업체가 합종 연횡을 통해 3개의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 과점형태를 띠고 있지만 국내 시멘트산업은 이미 7개사 위주로 과점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해 봐야 단순히 업체 간 합병에 불과할 뿐이며 국내 업체의 경우 이미 비효율 설비는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므로 더 이상 설비감축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남북통일에 대비해 정부 차원의 대응이 공론화되는 현 시점을 고려할 때 국내 시멘트업계가 통일 후 북한의 건설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시멘트를 공급하고 남한의 10배에 달하는 석회석을 보유한 북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좀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구조조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단기적으로 국내 건설경기 하락에 따른 생산조정이 필요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통일 시대 대비 등 대내외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단기적으로 과당경쟁 자제해야

시멘트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원가상승 요인을 반영한 시멘트가격의 현실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향후 높은 품질수준과 기술력을 제고하기 위한 재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무엇보다 시멘트 업체 간 근시안적인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누적적자의 원인은 업체 간 시장가격을 하회하는 공급가격으로 스스로 시장을 혼탁하게 한 책임도 있다"며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