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그리스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앞두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6위 일본과 FIFA 랭킹 12위 그리스는 오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다스 두 나스에서 열리는 ‘2014 브라질월드컵’ C조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차전 경기에서 패하며 승점을 얻어내지 못한 양 팀은 이날 경기에서도 패할 경우 사실상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을 수도 있다. 전력면에서도 C조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양 팀의 대결이기에 일본과 그리스는 이 경기에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 한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가진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흔들리지 않으며 역전을 이끌어내 승리를 따낸 일본은 기세를 올린 상태에서 월드컵에 나섰다. 일본의 본선 첫 상대는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였다. 경기 초반 코트디부아르에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인 일본은 혼다 게이스케의 골로 앞서 나가며 승점 3점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꿈은 ‘드록신’ 디디에 드록바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다. 드록바가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되자 수비진들은 그를 막기 위해 분산됐고, 결국 윌프레드 보니와 제르비뉴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1-2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스 역시 1차전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완패를 당했다. 콜롬비아전에서 점유율에서 앞섰지만 그리스는 득점기회에서 골을 터뜨릴 선수가 없었다.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 테오파니그 게카스, 코스타스 미트로글루 등의 공격수는 콜롬비아의 골망을 가르지 못했고, 결국 3골을 헌납하며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켰다.
1차전에서 승점 사냥에 실패한 양 팀은 서로를 이번 월드컵 첫 승 제물로 삼고 있다. 반드시 승리를 거둬 16강을 향한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다.
일본은 이번 월드컵에 최정예 멤버를 소집했다. 일본은 AC밀란에서 뛰는 혼다를 비롯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카가와 신지, 나가토모 유토(인터밀란), 우치다 아쓰토(샬케), 요시다 마야(사우스햄튼) 등의 해외파가 전부 소집돼 호화로운 진영을 이뤘지만 조직력이 맞지 않았다.
월드컵을 준비하며 유럽 원정 친선경기에서 벨기에, 네덜란드 등을 상대했던 일본은 조직력을 키우려고 노력했지만 막상 본선에서는 무너졌다. 1차전에서 혼다가 선제골을 터뜨릴 때까지만 해도 좋았지만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줄 카가와는 부진을 면치 못하며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측면에 위치한 요시다 마야 역시 계속해서 수비에 불안함을 노출했다.
그리스전의 관건은 지난 코트디부아르전에서의 패배를 얼마만큼 수습했느냐는 것이다. 당시 드록바의 투입 이후 위축된 경기력을 보였던 일본에 대해서 일본 언론들은 ‘겁 먹었다“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다행히 그리스에는 드록바만큼의 위력을 가진 선수가 없기에 일본으로서는 코트디부아르전 패배의 분위기를 수습하고 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는 총체적인 난국이다. 유럽예선 10경기에서 4골만을 내주는 짠물수비를 펼쳤지만 라다멜 팔카오가 부상으로 낙마한 콜롬비아에 3골을 폭격당하며 속절없이 무릎을 꿇었다.
공격진에는 창의적으로 경기를 풀어줄 적임자가 없다. 사마라스가 측면으로 이동해 공격을 풀어야 할 정도인 그리스는 게카스, 미트로글루 등의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저하돼있다. 그들이 자랑하는 세트피스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아울러 주축 수비수 코스타스 마놀라스마저 콜롬비아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짠물수비에도 흠이 생겼다.
여기에 팀 훈련 도중 이오아니스 마니아티스와 지오르고스 자베라스가 격하게 대립하며 팀 내분까지 일어났다. 마니아티스가 자벨라스의 크로스에 불만을 나타내며 시작된 두 선수의 대립은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갔지만 동료들의 만류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분을 참지 못한 마니아티스는 숙소로 돌아와 귀국하는 비행기 티켓까지 알아보기까지 했다고 알려졌다.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은 “선수들의 열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감쌌고, 그리스 축구협회 역시 “팀은 16강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지만 1차전에서의 참패 이후 그리스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점은 일본에 있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팀 모두 패배는 물론 무승부는 바라지 않고 있다. 오로지 승리를 거둬 승점 3점을 획득해야 한다는 마음 뿐이다. 두 팀에 있어 패배는 곧 조별리그 탈락이다. 승점 3점을 가져가며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릴 팀은 어느 팀일까.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elnino8919@starnnews.com장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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