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터키 이스탄불 시내의 대형 명품 쇼핑몰 '이스티니에 파크'에 마련된 전자제품 매장을 찾은 고객이 삼성전자의 다양한 노트북 성능을 비교해보고 있다.
【이스탄불(터키)=김유진 기자】 10명 중 9명이 휴대폰을 쓰는 나라 터키. 사람들 손에 들린 휴대폰 중 절반 이상에 삼성 로고가 새겨져 있다.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전자업체들은 한국의 대 터키 수출 성장세를 견인하며 국가 브랜드 위상을 세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업체별로 마케팅도 활발하다. 길거리 곳곳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5 광고판을 볼 수 있다.
이는 현지인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이스탄불에서 만난 대학생 세브데 오귀즈(22)는 "삼성 하면 최신형 스마트폰 이미지가 떠오른다. TV 등 다른 가전제품도 훌륭한 것이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스마트폰 인기가 최고"라고 말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도 압도적인 시장 1위다. 23일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터키 TV시장에서 29.7%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스탄불 시내에 있는 쇼핑센터 '이스티니에 파크'에서 이 같은 인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명품관이 즐비한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쇼핑몰은 터키에서 '돈 깨나 쓴다'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판매하는 가전매장도 어김없이 들어서 있다. 스마트폰 판매 코너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근처에 전시된 곡면 TV가 매장을 찾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모습이었다. 이 매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7900터키리라(약 400만원)짜리 한국산 냉장고가 일주일에 꾸준히 한두 대씩은 팔려나간다"며 "가격 부담이 크지만 제품력이나 디자인이 우수해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 전자제품의 높은 선호도는 비단 터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유효하다. 터키 현지 가전업체 입장에선 삼성이나 LG의 인기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을 터.
터키 최대 가전사업자 베스텔의 최고경영자(CEO) 투안 에두아르도는 지난 4월 터키 벨렉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산 가전제품을 뛰어 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이나 LG가 유럽 현지에서 거두고 있는 사업 성과를 보면 베스텔이 왜 이런 목표를 세웠는지 금방 드러난다. 베스텔 자체 조사에 따르면 베스텔은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삼성전자(32.1%)보다 10% 이상 뒤처진 점유율 20.3%를 기록했다. LG전자가 19.5%로 베스텔 뒤를 바짝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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