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민단체가 고질적인 건설하도급 불법행위에 검찰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근절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정치권 및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피해 수급업체와 민주변호사회 민생경제위원회 등과 함께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하도급 시장의 불법행위를 바로잡는 데 검찰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민원 중 46%가 자재비 미지급
피해 수급업체들은 이날 3개 종합건설사를 사기, 부당이득,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하고 건설분야 감리업체 한 곳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피해수급업체는 하도급대금, 건설기계대여대금 등의 미지급이나 체불로 인해 파산 또는 파산 직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미지급이나 체불 문제는 정부·지자체의 규제에도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개소 이후 3년간 민원신고 중 자재.장비대금 미지급 신고가 408건(46%)으로 가장 많다. 이어 근로자 임금 체불 267건(30%), 하도급대금 체불 147건(17%) 등의 순이다.
정부도 비정상적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하는 등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문제를 규율하는 건설산업기본법령과 하도급법령 간 제재 불일치 문제도 제기됐다.
그뿐만 아니라 수직계열화된 구조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원도급·하도급 간 '힘의 균형'이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조세팀장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특징이 재벌이든 대기업이든 납품이나 하청 관계가 수직계열화돼 있는데 건설 하도급 분야가 가장 대표적"이라며 "특히 힘의 관계에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도급업체가 억울하다고 한 가지 사안에 대해 하소연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사업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시민단체가 나설 정도면 회사가 파산해서 가망이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팀장은 "힘의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게 결국 규제나 정부기구의 감독행정일 수밖에 없지만 공정위의 경우 신고가 들어오면 실체적인 진실을 보기보다 문제가 불거진 후 작성되는 원도급자·하도급업체 간 합의서만 보고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하니 근절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검찰도 사안이 심각한 경우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대로 시공할 수 있는 여건 선행
대형사인 종합건설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뤄지는 불공정 행위뿐 아니라 건설산업기본법으로 금지된 재하도급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 재하도급 문제 역시 구조 탓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최저가낙찰제 등으로 인해 적정 공사비 확보가 안 되는 점은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실장은 "재하도급을 두는 업체로서는 최저가낙찰제로 인해 지급받는 공사비가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라며 "원수급자도 100원짜리 공사를 70원에 받아가고 하수급자는 제살깎기 경쟁을 벌여서 50~60원에 받아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기능인력을 관리하고, 재임금 주고, 사회보험료 내고, 산업안전관리를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재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제대로 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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