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적 비수기를 맞아 잠잠하던 수도권 전세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가을 성수기를 앞두고 신혼부부, 직장인 등이 미리 움직이고 있는데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이사수요까지 겹치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가을에도 전세대란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오름폭 다시 높아진다
11일 국민은행 부동산조사팀에 따르면 7월 첫째 주(7월 6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은 0.03%를 기록해 지난 5월 26일 이후 6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전세가 변동률은 올 초부터 3월까지만 해도 0.1~0.2%대의 고공행진을 거듭했지만 이후 안정세를 찾으며 5월에는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0%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조금씩 상승세를 유지하다 지난주부터는 오름폭이 0.3%대로 높아진 상태다. 특히 용산구와 서대문구는 각각 0.12% 오른 것을 비롯해 은평구(0.11%), 도봉구(0.10%), 강북구(0.09%)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A공인 관계자는 "돈의문 센트레빌이 1주일 새 평균 500만원 이상 올랐다"며 "마포지역에 직장을 가진 신혼부부 등이 많이 찾고 있지만 물건이 부족해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대문 지역은 돈의문 센트레빌을 비롯해 홍제동 홍제원현대 등이 많게는 1000만원 정도 상승한 상태다.
또 서울 종로구 사직동 경희궁의 아침 인근 B 공인 관계자는 "비수기인데도 예년과 달리 다소 일찍 집을 보러 다니는 젊은 직장인이 많다"며 "이 때문인지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인근 광화문 스페이스 본의 경우 최근 500만원 이상 올랐고 경희궁의 아침 오피스텔도 강보합세를 띠고 있다.
은평구도 최근 전세물건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 중계동 은행나무사거리 학원가 주변단지와 하계동 일대 벽산, 미성 등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계동 양지대림2차와 건영3차는 한달 새 1000만~2000만원 정도 상승했지만 이마저도 매물이 부족한 상태다. 이 일대 P공인 관계자는 "중계동 지역은 올 초부터 강세를 계속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까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전세가율이 70%를 훌쩍 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 상승세는 '아직'
수도권에서는 안산 상록구가 0.27%나 상승한 것을 비롯해 의정부(0.16%), 평택(0.13%), 고양 덕양구(0.11%) 등도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안산 초지동 주공그린빌과 안산고잔 6차 푸르지오 등은 250만원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아직 일부 지역만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본격적인 상승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33%나 늘어난 14만5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만2042가구, 경기가 8022가구, 인천이 3780가구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도 강서힐스테이트 등 신규 단지 입주가 시작되는 강서구(-0.06%)와 파주 등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규 입주단지가 많아 전세난이 극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월세 전환 물량이 변수"라며 "올가을 이사를 계획한 수요자라면 신규 입주단지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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