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던 제습기 시장이 올해는 주춤하고 있다. 예년보다 장마가 늦어지고 기간도 짧아 제습기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아서다.
이에 따른 제조사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상당한 물량을 비축해 재고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 마케팅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태풍 '너구리'를 시작으로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업체들은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이 기간에 맞춰 대규모 판촉행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13일 이마트와 하이마트 등 국내 주요 가전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제습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계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는 수치다. 제습기 시장은 2012년 40만대에서 2013년 130만대로 3배가량 성장했다. 올해는 25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마트의 경우 제습기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선 5월과 6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6월 한 달의 경우 오히려 2.4% 줄었다.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하이마트, 홈플러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날씨 탓이 컸다. 지난해 6월 초부터 8월 초까지 약 50일간이나 계속됐던 장마가 올해는 2주가량 늦어졌다. 6월에는 장마전선이 아예 한반도를 비켜가 기간도 짧아졌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제습기는 제품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품"이라며 "지난해 제습기 판매량이 급증한 것도 장마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고객들이 제습기 구매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재고로 인해 제습기 제조사들은 애꿎은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 지난해 물량 부족 사태를 또 겪지 않기 위해 올해는 제품 확보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생산 라인을 멈춘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중견 가전업체 관계자는 "제습기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던 지난해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다수 업체들이 상당량의 제품을 미리 확보하고 있어 재고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도 문제다. 제습기 시장이 커지면서 지난해 25개에 불과했던 제습기 판매사가 올해는 40개로 늘었다.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도 덩달아 상승했다. 반면 판매량은 예년 수준에 그쳐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제습기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마케팅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는 판매량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업체들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나마 위안은 장마전선이 13일부터 북상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상 올여름 제습기 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업체들도 사활을 걸었다.
대규모 이벤트를 열고 제습기 판매에 팔을 걷어붙였다.삼성전자는 스마트에어컨 'Q9000'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휴대용 미니 에어컨과 제습기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다음달 31일까지 실시한다. 위니아만도는 제습기 구매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100만원 상품권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고 노비타는 제습기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