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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벙커샷 하나가.. 안선주에겐 ‘불운’ 박인비에겐 ‘행운’

의도적 실수인가, 불공정한 판정인가.

세계랭킹 21위 안선주(27)가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300만달러) 3라운드에서 벌타를 받아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출전한 안선주는 12일(현지시간) 영국 랭커셔의 로열 버크데일GC(파72.6458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중간 합계 5언더파 211타로 홀아웃했다. 하지만 경기위원회가 스코어 카드 제출에 앞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룰 위반을 지적했고 안선주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공동 2위(중간 합계 3언더파 213타)로 3라운드를 마쳤다.

상황은 이랬다. 전반에 보기와 버디를 1개씩 주고받아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안선주는 후반 들어 13번홀(파4)에서 첫 번째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15번홀(파5)과 16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안선주는 단숨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문제의 마지막 18번홀. 두 번째 샷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가슴 높이의 벙커에 들어간 볼은 발보다 낮은 쉽지 않은 라이였다. 안선주는 견고한 스탠스를 위해 무심코 모래를 발로 골랐다. 그리고 세 번째샷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뒤 어렵사리 파퍼트에 성공했다.

그런데 경기위원회가 그 벙커샷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 골프규칙 13-3은 "플레이어는 스탠스를 취할 때 양발로 지면을 단단히 밟을 수는 있으나 스탠스의 장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선주는 경사면에서 벙커샷을 하기 위해 스탠스를 취하다 지면을 고른 것으로 판정받아 2벌타를 받았다. 다시 말해 모래에 발을 묻고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괜찮지만 발로 모래를 밀어내 지면을 평평하게 하는 것은 룰 위반이라는 것. 안선주는 3라운드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전적으로 나의 실수여서 실망하지 않는다"며 "경기위원회의 결정을 따른 것은 당연하다"며 "집중력을 발휘해 내일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나는 그 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볼이 급경사면에 놓여 있어 스탠스를 만드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면서 발로 경사면을 평평하게 고르는 데만 집중했다. 결코 의도적으로 룰 위반을 하려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로지 발을 단단히 고정한 뒤 샷을 쉽게 하려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는 것. 안선주는 다소 불공정한 판정으로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경기 규칙을 지켜야 할 선수다. 불공정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실은 내가 결코 의도적으로 룰을 위반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단독 선두는 이날 4타를 줄여 중간 합계 4언더파 212타를 기록한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꿰찼다. 이로써 박인비는 동양인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뒤 2013년에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까지 메이저대회 3연승을 거두었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 기간에 상관없이 선수 생활 동안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하지만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펑산산(중국)이 1타차 공동 2위 그룹에 포진함으로써 우승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 양희영(25), 지은희(28·한화) 등도 공동 7위(중간합계 1언더파 215타)에 이름을 올려 우승 경쟁에 가세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