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오스트리아 빈 공항 화물터미널. 대한항공 이상윤 차장(사진)의 'OK' 사인이 떨어졌다. 유럽 주요 지역으로 보내질 항공화물이 무사히 잘 내려졌고, 타 지역으로 보내질 화물은 제대로 실려 화물기가 출발해도 좋다는 사인이다. 이 차장의 사인을 받은 후에야 화물기는 이륙해 다음 목적지인 이탈리아 밀라노로 향했다.
이 차장은 대한항공 유럽 항공화물 허브공항 중 하나인 빈 공항 화물책임자다. 빈 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대한항공 주재원 4명 가운대 화물담당은 이 차장 한 명. 일주일에 9차례, 그것도 새벽에 대부분 들어오는 화물기를 관리하기가 벅찰만도 한데 "힘들지는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 차장은 "화물기가 도착해서 다시 떠나기까지 2시간여 걸리는데 사실 정신은 없다"면서 "그러나 선배들이 시스템을 잘 만들었고 현지 직원들도 능숙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2002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 차장은 항공화물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다. 입사 직후 서비스센터 분야에서 일한 그는 2006년 인천화물운송지점과 서울화물지점(영업)을 거쳐 2010년 3월부터 빈 지점 화물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이 차장은 "화물업무를 처음 담당했을 때 747 화물기에 채워져 있는 100t가량의 화물을 보면서 설레던 기억이 난다"면서 "지금은 자부심은 물론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대한항공 화물에 일익을 담당해야 하는 매니저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여객을 포함한 항공분야 전부가 각기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물류의 최전방인 항공화물 부문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올 수 있는 기회가 아니기에 개인적으로 행운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세계 경기침체로 주춤하고 있는 항공화물 시장에 대해서는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항공화물 수요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 효율적인 조직, 고객지향적 서비스를 갖춘, 화물사업을 할 줄 아는 항공사만이 살아남을 것이고 대한항공은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세계 물류 최일선에서 회사는 물론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가족에게는 좀 미안함도 있다고 한다.
남들이 다 쉬는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그는 "남들처럼 주말에 함께하지 못해 가족, 특히 여섯 살 된 딸에게 미안하다"면서 "쉬는 월요일에는 무조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 예정인 그는 "화물전문가로서의 길을 가고 싶다"면서 "대학원 물류과정을 포함해 이론적으로 좀 더 갖춰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화물전문가로서 노선 개발 및 운영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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