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재난 구호활동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자연재해 피해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유일하게 권한을 부여받아 활동하고 있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박영진 사무총장(58·사진)은 24일 "민간 구호단체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커다란 공공장소에 수많은 사람이 장기간 머무는 재해 현장에서는 체계적인 관리가 안 되면 구호활동도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도 사고 발생 초기에는 민간 봉사단체들의 활동에 혼선이 있었다.
박 사무총장은 "민간기구들이 밥차, 세탁차 등을 가지고 현장에 몰려들었지만 통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담당 구역이 나뉘어 있지 않아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주위를 배회하기도 했고 필요 이상의 음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에는 진도군청 공무원들이 나서 현장관리가 이뤄졌지만 초기부터 구호활동을 진두지휘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생존자 구조활동의 체계를 갖추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 박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자원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구호물품도 바로 현장에 보내는 것이 아닌 정해진 물류기지에서 조절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박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비정부기구(NGO) 활동도 있다"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누구도 돌보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지난 1961년 신문사와 방송사, 사회단체가 함께 만든 민간 구호기관이다. 국내 자연재해 피해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주한 유니세프 대표부 상무관을 거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대외담당관, 기업제휴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 2012년부터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몸담고 재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협회의 주요 활동에 대해 "재난을 당한 이재민에게 물질적 지원을 한다. 물질적 지원 가운데 가장 중요한 현금은 물론 대피기간 생활의 편의와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한 규격에 맞는 응급구호키트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최근엔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임시주택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임시주택은 지난 연평도 포격 때 이재민들을 위해 처음 사용됐다.
박 사무총장은 "주로 이재민이 발생하는 농촌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거주지를 떠나려 하지 않아 임시주택을 지었다"며 "약 18㎥ 크기의 조립주택으로 성인 2~3명이 생활할 수 있고 화장실·부엌 등의 생활시설도 갖췄다. 최대 1년까지 사용한 후 반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15일부터 오는 10월 15일까지 6개월은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으로, 협회가 가장 분주해지는 기간이다. 이때 협회 직원들은 주말 당직근무를 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한다. 지난번 태풍 '너구리'가 북상했을 때도 워크숍을 취소하고 비상근무를 했다.
30년 가까이 유니세프에서 근무했던 박 사무총장은 이제 국내 재해구호단체들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1960~1970년대와 달리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현저히 줄어든 만큼 어느 정도 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해외 지원활동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도 과거 전쟁이나 수해를 입었을 때 해외 구호단체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던 만큼 이제는 피해를 당한 해외 이재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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