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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철강회사 아니다”

권오준 “포스코, 철강회사 아니다”

"시장성이 떨어져 팔리지 않을 제품은 만들 필요가 없다. 고객이 요구하고 고민하는 바를 연구개발에서부터 마케팅까지 '패키지'로 해결방안과 함께 제공해야 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이 올해 초 취임 때부터 강조해온 솔루션마케팅에 관한 말이다.

포스코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포스코 혁신으로 대변되는 솔루션마케팅은 권 회장이 신입사원 교육장이나 임직원 회의석상에서도 늘 화두로 삼곤 했다.

이번에는 권 회장이 포스코의 사보를 통해 솔루션마케팅을 강조하고 나섰다.

7일 권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레터를 통해 "솔루션마케팅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포스코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권 회장은 이어 "(솔루션마케팅은) 한때의 유행이나 구호로 끝날 일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당연한 상식이자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루션마케팅은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간 권 회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철강 산업에 어떤 식으로 응용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강판을 예로 들면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 연비를 높이기 위해선 가벼운 자동차 강판이 필요하다. 자동차 강판을 가볍게 하기 위해선 고강도화가 필수다. 하지만 이럴 경우 성형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때 자동차회사는 단순히 고강도강만 공급받아선 효과를 보기 어렵다. 부품성형에 쓸 성형기술과 접합 시 필요한 용접기술 등을 함께 제공받아야 효과적으로 고강도강판을 사용할 수 있다.

철강회사는 말 그대로 고객 맞춤형 제품 생산은 물론 이후 서비스까지 제공해야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고객이 쓰기 가장 좋은 형태, 원하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솔루션마케팅"이라고 명쾌하게 개념을 제시했다.

권 회장은 "아무리 좋은 제품일지라도 고객이 사용하는 데 불편하거나 경제적이지 못하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철강산업에서 솔루션은 하드웨어인 '강재'와 소프트웨어인 '강재 사용기술'을 비롯한 납기, 물량 등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한국의 대표적 현수교인 이순신대교와 사장교인 인천대교가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미관을 자랑할 수 있는 배경도 포스코의 초고강도 소재에 가공기술, 강재 맞춤형 케이블 정착장치, 케이블 성능인증 기술지원 등 토털 솔루션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솔루션마케팅에 미국의 IBM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권 회장은 미국을 대표하는 초우량기업 IBM이 한때 하드웨어인 제품에만 집착해 적자 기업으로 추락했지만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통합솔루션 업체로 변신하면서 극적으로 부활했음을 사례로 들었다.

권 회장은 "우리는 현재 포스코가 영원히 철강회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철강 솔루션 회사로 도약할 것인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수익성을 담보한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월드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2016년까지 현재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월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