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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

[현장르포]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에서 한 투자자가 피해구제를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 A씨(69)는 재개발이주비로 받은 2억원을 증권사 직원에게 현금보유액으로만 투자하는 조건으로 일임거래를 하게 됐다. 직원은 투자자의 의사에 반해 미수로 주식을 매수한 후 증권담보대출 등을 통해 미수금액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거래했지만 결국 큰 손해를 봤다. 그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매도를 요청했지만 직원이 매도를 극구 만류해 더 큰 손해를 봤다.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에 접수된 수많은 피해사례 중 하나다. 지난 8일 찾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시장감시위원회 내 분쟁조정센터에서 만난 황우경 분쟁조정센터 팀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완전판매가 불법인지도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투자자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동양사태를 계기로 투자자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분쟁조정센터 합의율 58%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는 증권.선물회사의 불공정행위로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무료로 분쟁 해결을 돕는 시장 자율조정기구다. 녹취, 거래기록 등 전방위적인 사실조사를 통해 투자자가 주장하는 불법행위 유무를 가려낸다. 방문한 당일에도 7명의 직원은 서류를 뒤적여가며 새로 접수된 분쟁조정신청 건들을 검토하느라 분주했다.

주로 피해액을 돌려받으리란 생각도 못한 채 자포자기한 투자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온다는 게 센터 직원들의 전언이다.

성과는 어떨까. 채현주 한국거래소 홍보팀장은 "불법행위 적발 시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정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분쟁조정센터의 합의율은 지난해 기준 58%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푸라기 잡으러 왔다 동아줄을 잡는 셈이다.

투자자의 애타는 마음을 고려해 조정 처리기간도 최대한 앞당기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 센터 자체적으로 분석시스템을 구축했고, 변호사 3명과 회계사 1명을 신규 채용해 불공정행위 관련 법률검토와 데이터 분석 시간을 단축했다. 그 덕분에 지난 2012년 평균 39.9일이던 처리기간이 지난해 31.1일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0.0일까지 줄었다.

주식투자를 하다 손실을 본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고충도 적지 않았다. 황 팀장은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는 투자자 중에선 증권사와 짜고 치는 것 아니냐면서 욕설을 뱉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투자자들이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할 때엔 이곳에서 일하는 것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송비용까지 지원

하지만 아직도 분쟁조정센터를 모르는 투자자가 너무 많아 더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투자자는 조정 성사 시 사례금은 얼마를 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분쟁조정센터는 사례금을 일절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증권사가 합의 거부 시 조정이 결렬될 경우 승소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에겐 소송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분쟁조정센터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민원 및 분쟁은 지난 2012년 1620건을 기록한 이후 STX팬오션 및 동양사태 관련 대량민원을 포함해 2013년 2만2320건, 올해 상반기 3380건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센터에 접수된 조정신청 건수는 2012년 107건, 2013년 92건, 올해 상반기 39건으로 매년 100여건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황 팀장과 직원들은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현장으로 나가 피해를 본 투자자를 직접 만나는 '영업(?)'도 뛰고 있다.

실제 지난 7월부터 매월 둘째 주 금요일 부산시청 시민접견실에서 현장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8월부터는 한국거래소 광주·대구 사무소에서도 상시 현장 상담을 시작했다.


분쟁조정신청은 개인적으로는 자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사회적 차원에서 경제질서 확립에 기여한다는 게 분쟁조정센터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미연에 막는 것이다. 분쟁조정센터 측은 "전문가의 의견은 조언으로 듣되 최종 판단은 본인이 내린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장민권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