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적 전자상거래기업인 중국 알리바바의 재테크 펀드상품인 '위어바오'가 펀드 판매규모 1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위어바오는 6월 말 기준으로 가입자 1억명, 펀드규모는 5741억위안(약 93조원)으로 출시 1년 만에 100조원에 육박하는 초거대 자금을 모아 중국 1위, 세계 4위의 머니마켓펀드(MMF)로 성장했다. 위어바오는 알리바바의 지급결제 전문 자회사인 알리페이와 자산운용사 톈훙이 공동으로 만든 MMF다. 고객은 위어바오에 직접 돈을 넣거나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라는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한 후 남은 자금으로 납입하면 연 6%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높은 수익률뿐 아니라 위어바오의 강점은 인터넷에서 손쉽게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편의성과 결제서비스인 '즈푸바오'와 소액대출이 가능한 '야리샤오다이'라는 상품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소액 이용자에겐 매력도가 매우 높다. 실제 1인당 위어바오 평균거래액은 5303위안(약 82만원)이며 투자자들의 평균연령도 29세로 소위 '바링허우, 지우링허우'라고 일컫는 1980년대 및 1990년대 출생자가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위어바오에 자극을 받은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는 지난해 10월 차이나에셋과 손을 잡고 바이파펀드를 출시 하루 만에 10억위안(약 1740억원)을 판매했으며 인터넷업체인 텐센트홀딩스 역시 올해 1월에 '리차이퉁을 출시해 하루 만에 8억위안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2. 네이버의 메신저서비스인 '라인'이 일본 최대 온라인 증권사인 SBI증권과 제휴해 메신저에서 증권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 라인주식회사는 '라인x증권'이라고 하는 이 서비스에서 주가조회 및 주문까지 가능한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수수료가 가장 싼 온라인 최대증권사와 회원수가 가장 많은 메신저서비스 회사가 만나는 것이다. 실제 일본 20대의 80%, 30대의 65%가 라인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입자수는 5200만명이 넘는다. SBI증권은 일본 내 온라인 주식거래의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계좌수만 300만개 수준이다. 일본에서 온라인 주식거래의 투자연령층 중 40대 이상이 2007년 69%에서 2013년 78%로 증가해 온라인투자가 전 연령층에서 거래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만남에 따른 파괴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라인x증권'의 출시배경으로 'NISA' 도입에 따른 대응방안이라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NISA는 일본이 영국의 ISA를 벤치마크한 비과세 주식투자 전용계좌로 증시 활성화, 장기투자 유도, 엔화 약세 등을 목적으로 올해부터 시행한 제도다. 실제 영국은 1999년 증시활성화와 자산형성 및 저축수단으로 ISA를 도입해 연간 약 1800만원까지 영구적으로 납입이 가능하며 이자, 배당,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혜택으로 현재 전국민의 40%가 가입했다. 일본의 NISA는 연간 100만엔(약 1000만원) 총 500만엔까지 납입 가능한 비과세 주식투자 전용계좌로 상장주식, 공모주식펀드에 투자하며 배당 및 양도세를 10년간 비과세한다.
이 두 사례는 지난해 이후 인테넷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아시아발(發) 금융혁신의 대표적 본보기다. 중국의 위어바오를 필두로 한 바이파, 리차이퉁 등 소액금융시장에서의 변화는 기존의 제도권 금융, 특히 은행권에 대한 도전이다. 더 나아가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민간은행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기존의 은행권 구도에 본질적인 변화의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국 네이버의 라인과 일본 SBI증권의 제휴가 증권산업에 돌직구를 던지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 증권사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저가수수료 경쟁으로는 활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거대회원을 가진 메신저 업체와 제휴함으로써 새로운 채널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올 들어 NISA를 도입해 향후 10년간 비과세로 주식거래 및 주식펀드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렇게 비과세 장기투자의 수혜연령층과 온라인 투자 및 메신저서비스에 익숙한 연령층이 서로 겹치는 20대~40대 계층에서 NISA에 대한 수요가 집중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라인x증권'의 시도는 그 자체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벤처기업 수준으로 치부하던 인터넷 기업들이 기존의 거대 제도권 금융에 도전을 하고 있다. '약자의 역습', 이것이 찻잔 속에 태풍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변화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대안사업부 이사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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