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종 오페라 두 편이 오페라의 본고장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를 장식한다. 무대에 오르는 주인공은 황진이와 춘향이다. 오는 28일 이탈리아 비아레조에서 열리는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에 우리나라 창작 오페라 '춘향전'과 '황진이'(사진)가 초대돼 베세토오페라단의 목소리로 연주된다.
1950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현제명 작곡의 '춘향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였다. 1945년 광복 이후 한국 전통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에 몰두했던 현제명은 성악가였던 자신의 강점을 살려 유려한 흐름의 오페라를 탄생시켰다. 희화적인 연출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춘향전'은 197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 작품이기도 하다.
'황진이'는 1999년 작곡가 이영조의 작품으로 명종시대 실존 인물인 관기 황진이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렸다. 벽계수와의 인연, 지족대사, 화담 서경덕과의 만남에서 보여지는 예술적인 정신세계를 통해 황진이는 일개 기생을 넘어 여류 문학가로서 평가돼 왔다. 이번 무대는 세기를 앞서 간 아름답고도 지적인 한국의 여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 오페라 '시집가는 날'의 지휘를 맡아 한국과 인연을 맺고 토레 델 라고 극장 음악감독을 거친 바 있는 마르코 발데리가 지휘봉을 잡았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연출가인 베세토 오페라단 강화자 단장이 연출과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춘향 역은 소프라노 김지현이 맡고 황진이 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영국과 미국의 국가를 부른 것으로 유명한 소프라노 차승희가 노래한다.
이도령과 이사종 역은 남자답고 힘있는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테너 이동명이, 변사또 역은 무게 있고 중심 있는 소리로 인정받는 바리톤 박정민이 맡았다.
이번 공연은 올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푸치니 페스티벌 토레 델 라고 극장과 베세토오페라단이 맺은 자매결연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K-팝(pop)에 버금가는 K-오페라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완성도 있는 무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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