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은 1912년 신소설 작가 이해조가 ‘강상련(江上蓮)’으로 개작할 정도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판소리계 소설입니다. 영화 ‘마담 뺑덕’은 ‘심청전’에서 모티프를 얻었지만 전통적인 ‘효’가 아닌 인간의 욕망과 광기어린 집착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작품 속에서, 학규(정우성 분)는 대학 내에서 불미스러운 오해를 받아 지방에 내려와 문화센터 문학 강사를 하던 중, 놀이공원 매표소 직원 덕이(이솜 분)와 사랑에 빠집니다. 오해가 풀린 학규는 대학으로 복귀하면서 임신한 덕이에게 임신중절수술을 시키는데, 이와 관련하여 낙태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낙태란 태아를 자연적 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낙태와 관련된 범죄는 낙태의 주체, 낙태 동의 유무 등에 따라 자기낙태죄, 동의낙태죄, 업무상동의낙태죄, 부동의낙태죄 등으로 나눠집니다.
자기낙태죄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한 경우 동의낙태죄가 성립합니다. 업무상동의낙태죄는 의사나 한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는 경우 성립하고,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 없이 낙태한 경우는 부동의낙태죄가 성립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시술을 하였으나 태아가 살아서 미숙아 상태로 출생하자 그 미숙아게게 염화칼슘을 주입해 사망하게 하는 경우 업무상동의낙태죄와 출생한 미숙아에 대한 살인죄가 성립하고, 낙태하기 위하여 임부를 살해하는 경우 부동의낙태죄와 살인죄가 성립하며, 임부에게 낙태를 강요하여 낙태한 경우 부동의낙태죄와 강요죄가 성립합니다.
물론,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했다고 해서 모두 낙태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본인이나 배우자가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이유로 한 인공임신중절은 낙태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작품 속에서, 덕이의 임신중절수술은 법이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덕이에게는 자기낙태죄가 성립하고, 의사에게는 업무상동의낙태죄가 성립하며, 덕이와 의사에게 낙태를 교사한 학규는 자기낙태죄의 교사범와 동의낙태죄의 교사범으로 처벌될 것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한국이 효 사상으로 인류문명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러한 ‘효’의 크기는 자녀의 희생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영화 ‘마담 뺑덕’은 효 사상에 기반을 둔 설화를 현대적 시각에서 인간의 욕망이라는 본능에 초점을 맞춰 재해석합니다.
영화 ‘마담 뺑덕’은 소유욕 또는 복수심에 사로잡힌 광기어린 사랑을 중심으로 새롭게 비튼 시각으로 '심청전'을 접근합니다. 이 작품은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신선한 설렘을 선사하나, 끝으로 갈수록 개연성이나 긴장감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자문변호사 이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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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star@fnnews.com 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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