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유령’에서 권혁주(곽도원 분)와 티격태격 케미를 선보였던 ‘쪼린 감자’ 최승연(송하윤 분)을 기억하는가? 2년 전, 트루스토리의 끈기 있던 기자 최승연은 임순례 감독의 영화 ‘제보자’에서는 시사 교양국 ‘에이스’ 조연출 김이슬로 분했다. ‘언론인’ 캐릭터로 국장까지 노려볼 만도 하다.
‘제보자’는 지난 2005년 일명 ‘황우석 사태’로 불렸던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파문을 모티프로 한 진실추적극이다. 송하윤은 극중 진실을 찾아나서는 프로그램 ‘PD 추적’ 윤민철 PD(박해일 분)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의 수족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팽팽하게 당겨진 극의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중책을 맡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송하윤은 이전보다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배우로서도 개인으로도 ‘제보자’는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제보자’는 무거운 소재다보니 긴장될 수밖에 없었어요. 작품을 들어가기 전에 단단함으로 무장하고 시나리오를 받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갔는데, 현장에 가자마자 그 단단함이 다 깨져버렸어요. 촬영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단단함이 생기는 걸 느꼈어요. 대사 하나하나가 무겁게 느껴지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풍겨야하는 느낌, 대사 톤 등 스크린에서는 눈 하나 깜빡하는 것도 큰 동작인데다가 이 작품은 더욱 디테일했던 것 같아요.”
‘제보자’는 실제 사건을 다룬 만큼 배우들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송하윤 역시 실제 방송국을 방문해 사무실이나 스튜디오 등의 분위기를 익히는 데 주력했다.
“현장 취재도 중요했지만, 방송국 사무실의 묘한 공기들을 익히려고 노력했어요. 선-후배 관계라든지 사무실 자리 배치 등을 유심히 봤죠. 긴장감은 엄청났는데 되게 재미있었어요. 카메라 종류도 엄청 많더라고요.”
현장을 ‘즐기는’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제보자’는 단숨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도 흥행 순항 중에 있다. 작품을 함께한 배우로서 이보다 더 뿌듯한 일이 어디 있을까.
“극장의 큰 스크린에 작품이 걸릴 때는 방송을 내보내는 그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떨리고 뿌듯하죠. 처음에 해일 오빠가 화면에 나오니까 얼굴만 봤는데도 그동안 촬영했던 것들이 생각나서 괜히 눈물이 났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다 찍혀 있었죠. 그만큼 답답하고 가슴 아팠거든요. 그만큼 후련한 느낌도 들었고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온 송하윤. 이제 어느덧 20대 마지막에 접어들었다. 김별이라는 이름에서 ‘여름 햇빛’이라는 의미를 가진 송하윤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우로서도 인간 송하윤으로서도.
“주위에서 스물아홉 살이 되자마자 ‘아홉수야. 조심해’라고 많이 그랬어요. 전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마음이 되게 많이 편안해진 느낌이에요. 정리하는 거랑 시작하는 거를 같이 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하는 시간이 많아요. 그런 것들이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요. 올해 새롭게 좋은 회사 식구들도 만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앞서 언급했듯이 ‘제보자’ 이후 송하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좋은 작품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제보자’를 통해 언론인으로 출연했던 것은 배우로서도 금자탑 같은 좋은 기회에요. 아마 제 인생에 있어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될 것 같아요.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제까지 배우 송하윤이 가지고 있던 길이 평탄했다면, ‘제보자’는 변화의 폭을 넓혀줬다고 할 수 있거든요.”
‘쪼린 감자’가 시사 교양국 ‘에이스’가 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더 자주 모습을 보일 테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열심히 노력해서 더욱 단단해지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과거보다 현재,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송하윤.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fn스타
fnstar@fnnews.com 조정원 기자 사진 범스튜디오 김효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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