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대다수의 기업들이 외부감사인의 도움없이는 자체적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 각 기업 별로 자사의 취약 분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자체 진단을 기준으로 업무를 재설계해야 한다."
신장훈 삼정KPMG 전무는 지난 21일 열린 '제6회 국제회계포럼'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연결재무제표가 기준이 됐지만 각 기업들은 여전히 연결 처리에 미숙하다"며 "기준에 맞는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못해 여전히 외부감사인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올 6월 말 외감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회사가 감사인에게 재무제표 대리작성을 요구해선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업들은 당장 2014회계연도 결산부터 외부감사인의 대리작성은 물론 자문을 구하지 않고 직접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재무제표 작성능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 전무는 "코스닥 상장사가 연간 결산을 하는 과정을 보면 매일 매출액이 변경되고 매출채권의 금액이 바뀐다. 수익이 누락되거나 채권이 왜곡되는 사건이 실제 발생하고 있다"며 "법인세 신고시점에 임박한 세무조정에 따라 결산시점에서 법인세 비용 반영에 곤란을 겪고 있고 일시적 차이에 대한 이연법인세 인식방법도 기업들이 어려워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영업권 등 무형자산이나 금융자산에 대한 손상검토 등 중요한 추정이 개입되는 회계처리의 경우 평가가 복잡해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신 전무는 무엇보다 각 기업들이 결산업무와 외부감사업무의 분리를 전제로 결산일정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별도기준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중심의 결산업무를 설계해 두고 있고 재무상태표 작성이 완료되면 결산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한다"며 "하지만 대조·검토 등 내부통제와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전자공시시스템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편집하고 공시형 재무제표로 작성하는 것 역시 결산업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기업의 96%는 12월 결산법인으로 상장사들은 3월 말까지 주주총회를 마무리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기업들은 주총 6주전까지 별도재무제표를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하고 외부감사인에게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는 최대기간은 6주로 오는 2015년 기준 3월 27일이 슈퍼주총데이로 예상된다.
신 전무는 "문제는 2년 전 상법이 바뀌면서 연결재무제표를 공시하는 공시환경은 완전한 변화가 이뤄졌음에도 여전히 많은 회사들이 별도재무제표에 따른 전사적자원관리(ERP) 중심의 재무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심지어 손익계산서 이외에 다른 정보가 산출되는 재무시스템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다양한 문제점을 내년 결산에 맞춰 일시에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에 따라 그는 현재로선 해외기업과 같이 외부자문사를 통한 재무제표 작성지원이나 회계처리 자문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제한된 기간내에 결산역량을 내재화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단기간 성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는 각 기업별로 진단을 통해 확인된 취약분야에 따라 개선방안을 수립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 전무는 "결산과 점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고 교육을 통해 회계처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 구체적인 회계처리매뉴얼을 통해 담당자의 판단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결산점검표를 통한 회계처리, 공시의 누락 가능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산과 공시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며 "이번 재무제표 대리작성 금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각 기업의 재무담당자 만의 고민이 아닌 기업의 대표이사(CEO)들을 포함한 전사적인 이슈가 돼야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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