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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기자본 대비 주식투자 비중 고작 '1%'...

은행의 주식투자 비중이 자기자본의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강조하고 나선 주식시장 발전방안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은행들은 자기자본의 60%까지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2년 후 시행될 미국 볼커룰과 같은 글로벌 규제는 은행의 주식투자를 금지하거나 자기자본의 3%까지만 투자하도록 제한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규제는 국제 기류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시장 발전을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주식투자 한도를 늘리기보다 개인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주식투자 실제 비중은 자기자본의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은 전체 자산 가운데 31조9000억원을 주식으로 보유 중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출채권이 주식으로 출자전환된 것과 자회사 지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주식으로 투자되는 자산은 1조8000억원 수준에 머문다. 국내은행의 전체 자기자본(180조원)을 감안하면 딱 1% 수준이다.

A은행의 경우 단기매매 주식투자 등 수익증권을 포함해 자기자본의 1% 수준만 투자되고 있다. 은행들의 만기보유증권은 대부분 채권이고 매도가능증권 중 장기적인 것은 출자전환된 기업의 주식이다. 당기손익인식증권이나 단기매매 증권 등을 은행의 순수 주식투자라고 봐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의 유가증권 투자 현황은 자기자본의 40% 수준이지만 이중에서 순수하게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은 1%도 안된다"며 "아무리 금융당국이 은행의 유가증권 투자한도를 자기자본의 60%에서 100%로 늘려도 은행들의 주식투자는 1%에서 거의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릴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미국의 볼커룰 등 국제적인 규제의 방향성 때문이다. 볼커룰은 미국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도 자기자본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의 규제이지만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금융당국과 은행들도 도입 현황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의 은행 규제가 자본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국내만 은행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라고 하는 것은 자칫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다"며 "물론 자기자본의 3%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하나 투자 리스크에 대한 책임의 문제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점을 숙지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의 주식투자 비중이 미미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은행에 주식투자를 늘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투자하는 유가증권 가운데 채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투자한도를 늘려 놓는다면 은행들로서도 저금리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식투자를 생각할 것"이라며 "일단 규정 개정으로 은행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