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4년만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로 대표되는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이 중국, 일본과 비교해 뛰어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수주 가뭄에 단비가 될 지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1만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2척은 옵션)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약 10억 달러 규모이며 현재는 조선소들로부터 입찰을 받고 있다. 국내 한 대형조선소 관계자는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이며 내년 1월에 입찰이 마감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머스크의 초대형컨테이너선 발주는 그동안 꾸준히 예상돼 왔다. 앞서 지난 9월에는 향후 5년간 150억 달러를 투자, 신규 선박을 발주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150억 달러의 선박 발주 규모는 단순 계산하면 1만TEU급 컨테이너선 150척에 달하는 규모로 이번 발주는 그 신호탄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초대형컨테이너선 발주는 2010년 부터 시작됐다. 당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트리플(Tripe) E' 20척을 발주, 대우조선해양이 모두 수주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까지 14척이 인도 됐으며 6척이 건조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주전에는 한국과 중국업체 등이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조선소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에코십(친환경선박)에 대한 선주들의 요구가 높아져 중국의 기술력으로는 만족시키기에 크게 부족하다"며 "최근 중국 조선소들의 선박 인도가 크게 지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국가별 누적 선박 인도량에서 한국은 1002만7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로 중국(978만4000CGT)을 앞섰다. 한국이 선박 인도량에서 중국을 제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한편 머스크의 이번 발주는 다른 경쟁 해운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의 지속적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자칫 시장을 급속도로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머스크에 대한 선박 인도량이 늘면서 운임으로는 설명되지 못하는 이익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며 "머스크와 전세계 12개 경쟁선사와의 영업이익 격차가 8%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머스크를 비롯해 글로벌 주요 해운사들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문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국내 조선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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