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은 사전적으로 ‘같이 길을 감’, ‘같이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 10월 3년 만에 발매한 김동률의 정규 6집 ‘동행’은 오랜 시간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며 함께 걸어온 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았다. 유난히도 다사다난했던 한 해. 그는 자신의 음악으로 누군가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독였다. 김동률의 진심은 통했고, 음반 발매와 공연 외 별다른 활동이 없었음에도 음원차트 줄 세우기와 전국투어를 연일 매진시키며 그 인기를 입증시켰다.
지난 11월 1일 부산에서 시작된 김동률의 전국투어 ‘동행’은 성남, 광주, 고양, 전주를 거쳐 지난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3일간 총 1만 여 관객을 동원했다.
◆ ‘김동률의 발자취, 함께 걸어온 20년을 되새기다’
이날 김동률은 6집 수록 곡 ‘고백’으로 시작해 ‘청춘’, ‘내 사람’, ‘오늘’, ‘그게 나야’, ‘동행’등 전곡을 선보였으며 베란다 프로젝트의 ‘트레인’(Train), ‘괜찮아’와 전람회의 ‘꿈 속에서’ 뿐만 아니라 대표곡 ‘취중진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기억의 습작’등을 통해 김동률이 걸어온 음악인생 20년을 축약해 선보였다.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라이브 밴드 연주가 흘러나오면 여성 관객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한 곡 한 곡 무대가 끝날 때마다 공연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김동률의 묵직한 저음과 오케스트라 협연은 깊은 울림과 감동을 자아냈다.
김동률은 ‘취중진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부른 뒤 “음이 높은 곡이 많다. 빼려고 했는데 관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하더라”고 말해 환호를 얻었다. 또한 “제 음악을 통해 그 시절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떠나시는 걸 알았다. 나의 노래가 위안이 됐다 생각하니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다”며 “오랜 시간 제 음악을 들어주셔서 기쁘고 감사하다. 이번 앨범은 함께한 분들을 위해 만들었다. 앞으로 힘이 되는 음악으로 함께 가자”며 공연 타이틀 ‘동행’의 의미를 되새겼다.
◆ ‘꼼꼼한 가수 김동률, 보컬-연주-조명 모든 것이 완벽했다’
김동률 콘서트 ‘동행’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는 조명과 오케스트라 하모니가 크게 일조했다. 전국투어를 통해 맞춰온 오케스트라 연주자, 스태프, 가수의 완벽한 호흡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리플레이’(Replay) 무대에서는 김동률의 보컬과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빛의 향연이 시작됐다. 김동률의 보컬에 집중해야할 벌스에서는 조명이 최소화 되었으며, 점차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브릿지에서는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조명으로 표현되며 관중을 압도했다. 보컬-오케스트라-조명은 완벽한 합을 이루며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뿐만 아니라 김동률은 신곡으로 인해 셋 리스트가 풍부했음에도 불구 ‘아이처럼’을 새롭게 편곡해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김동률은 "10년 전 처음 오케스트라 공연을 시작하며 악보가 없는 곡은 편곡하고, 몇 달동안 손 봐서 공연을 해왔다. 공연할 때마다 오래됐다고 느껴지는 곡은 새롭게 편곡해서 선보이는데, 이게 공연 보러 오는 백미다. 6집으로 인해 새로운 곡이 많았지만 한 곡 정도는 해야 되지 않나 싶어 편곡 해봤다. 나이 먹은 ‘아이처럼’이다”라며 관객에 대한 배려는 무대를 통해 감동으로 전달됐다.
◆ ‘좋은 공연은 좋은 관객에서부터 시작된다’
김동률의 콘서트는 관객과 함께 부르는 떼창, 공연장을 돋보이게 하는 야광봉이 없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공연장 입구에는 ‘야광봉 반입과 녹음, 촬영을 삼가달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게 붙어있다. 대부분의 콘서트 장에서 볼 수 있는 안내문이지만 이를 지키는 관객문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진을 찍는 관객과 이를 저지하는 스태프들로 인해 공연 관람에 방해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날 김동률의 공연이 진행되는 평화의 전당은 달랐다. 시야를 가리는 야광봉도 없었으며 공연을 방해하는 카메라 셔터음도 들리지 않았다. 공연이 시작되면 김동률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했고, 오케스트라의 하모니와 라이브 밴드 세션에 귀 기울이며 성숙한 관객문화를 선보였다. 특히 무대가 모두 끝난 후 관객 전원이 기립박수 치는 모습은 보통의 콘서트 장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는 한 두 번의 공연만으로 이뤄낸 문화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음악과 공연을 통해 공유해온 추억과 더불어 아티스트와 팬을 생각하는 배려심에서 비롯된 서로를 위한 약속이 아니었을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던 김동률과 그를 바라보며 세상 다 가진 모습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내던 관객들. 이들은 단순히 ‘함께 가자’는 의미를 넘어 평생을 음악과 함께할 동반자로 거듭나며 서로에게 잊지 못할 밤을 선사했다.한편 김동률은 오는 27,28일 대구(경북대 대강당), 1월 3, 4일 대전(충남대학교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전국투어 ‘동행’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fn스타 fnstar@fnnews.com 윤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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