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한국타이어 한라비스테온 공동 인수...車 업계 떨떠름

한국타이어가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와 한라비스테온공조를 공동 인수하기로 한것을 두고 국내 자동차 업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18일 국내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가 공동 인수자로 참여하면서 당초 제기된 기술 유출 우려는 일단락됐지만 향후 막대한 금융 비용으로 인해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 또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영업, 마케팅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를 늘리면 국내 업체들의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가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생산 물량의 40~50%를 가져가던 현대차의 표정이다. 현대차는 한라비스테온공조와 협력해 핵심 부품인 공조시스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고 자사 공조시스템의 60% 이상을 한라비스테온공조 제품으로 채웠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공동인수자로 나선다해도 결국 최대주주는 한앤컴퍼니고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자본의 가치 판단 아래 회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금융 비용을 충당하려면 예전처럼 이익을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공조 시스템 물량 배정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라비스테온공조에 치우친 물량을 줄이고 두원공조나 한국델파이 등 기존 협력사에 배분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아직까지 현대차 쪽에서 공식적인 이야기가 나온게 없어 내부적으로 대책을 세운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향후 어떤 일이 있든 현대차가 한라비스테온공조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향후 한국타이어의 제품을 공급받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기색도 내비치고 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는 공급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브릿지스톤 등 다양한 업체의 제품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처럼 규모가 큰 곳을 제외한 완성차 업계에선 '타이어 회사가 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타이어 공급량이 한정돼 있다"면서 "각 사 제품마다 강점이 달라 다양한 브랜드를 쓰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물량 공급에 한계가 있어 여러 업체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축적한 영업,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판로를 확장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반면 한국타이어가 외형 확장을 추진하는 만큼 생산시설을 확대해 전체 생산 물량 늘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아직 인수 초기라 생산 시설 확대 등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 "인수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경영에 돌입하면 다양한 전략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