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함께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을 인수한다고 18일 밝혔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의 50.5%를, 한국타이어는 19.49%를 보유한다. 한라비스테온 공조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 자동차 제작사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데다 타이어 산업과 고객층도 겹친다. 이때문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양사의 협력에 기대를 표출하면서도 기술력 후퇴 등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종합부품회사 도약 첫발
한국타이어는 그동안 신성장동력을 찾기위해 적극 인수합병에 나설 것을 선언해왔다. 앞서 진행된 kt렌털 인수전에 뛰어든 것과 한라비스테온공조에 공동인수자로 나선것도 같은 맥락이다. 타이어업체의 한계를 벗고 자동차 종합부품회사로 변신하기 위한 첫발인만큼 양사 모두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국내 1위 타이어업체인 한국타이어와 세계 2위 자동차 공조부품 업체가 손을 잡으면서 얻게될 시너지는 막대할 것"이라면서 "현재는 한라비스테온공조의 2대 주주지만 한앤컴퍼니의 지분 매각시 행사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보유해 향후 추가 지분 인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대표는 "글로벌 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지분인수로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양사의 축적된 파트너십과 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자동차 제작업체의 가치 제고에도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 "기술력 후퇴" 우려
반면 이번 거래를 바라보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표정은 떨떠름하다. 한국타이어가 공동 인수자로 참여하면서 기술 유출 우려는 사그라들었지만 향후 막대한 금융 비용으로 인해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는 게 이유다. 또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영업, 마케팅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를 늘리면 국내 업체들의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가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생산 물량의 40~50%를 가져가던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한라비스테온공조와 협력해 핵심 부품인 공조시스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고 자사 공조시스템의 60% 이상을 한라비스테온공조 제품으로 채웠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공동인수자로 나선다해도 결국 최대주주는 한앤컴퍼니고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자본의 가치 판단 아래 회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금융 비용을 충당하려면 예전처럼 이익을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공조 시스템 물량 배정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라비스테온공조에 치우친 물량을 줄이고 두원공조나 한국델파이 등 기존 협력사에 배분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향후 한국타이어의 제품을 공급받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기색도 내비치고 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는 공급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브릿지스톤 등 다양한 업체의 제품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처럼 규모가 큰 곳을 제외한 완성차 업계에선 '타이어 회사가 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타이어 공급량이 한정돼 있다"면서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축적한 영업,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판로를 확장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반면 한국타이어가 외형 확장을 추진하는 만큼 생산시설을 확대해 전체 생산 물량 늘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아직 인수 초기라 생산 시설 확대 등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 "인수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경영에 돌입하면 다양한 전략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