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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월 지난 구형폰, 10만원 요금제 써야 공짜라니..

신·구형 휴대폰 출고가는 비슷한데 지원금 차이 큰 이유는
재고처리 명목 구형에 60만원 보조금


24개월 지난 구형폰, 10만원 요금제 써야 공짜라니..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된 지 만 3개월이 됐지만 휴대폰 출고가격 인하를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정책목표는 아직 실현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 회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이 단말기 지원금(보조금)을 늘려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마저도 15개월 전에 출시된 구형 단말기나 시장에서 인기 없는 휴대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재고처리용 보조금 60만원 이상

30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 KT, LG U+ 는 일제히 휴대폰 보조금을 대폭 확대해 SK텔레콤은 출고가격 84만7000원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에 전국민무한100 요금제 적용 시 출고가 전액을 보조금으로, 출고가 88만원인 갤럭시노트3는 72만5000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갤럭시노트2는 지난 2002년 9월, 노트3는 2003년 9월에 각각 출시된 구형 스마트폰이다.

■신형폰은 고작 10만원 보조금

반면 지난 9월에 출시된 갤럭시노트4는 현재 각사별로 9만~10만원대의 고가 요금제로 가입해도 10만원 내외의 지원금만 제공된다.

이동통신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구형 단말기의 경우 재고도 처리해야 하고 제조사의 비공식적인 장려금이 더해져 지원금이 확대된 것"이라며 "신형 단말기는 (제조사 장려금이 거의 없어) 현재 상황상 지원금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 "이해 못할 일"

문제는 출고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이상 소비자들이 휴대폰 구매 시 월 1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24개월 약정 중간에 해지할 때 받은 보조금을 토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트2 전액을 보조금으로 받아 공짜로 구매한다 해도 만약 1년 뒤 해지하면 42만~43만원 정도의 위약금을 통신사에 물어내야 한다.

노트 시리즈 구매를 생각하던 A씨는 "노트2 중고가격이 기껏해야 10만~20만원대인데 1년 쓰고 잃어버린다면 40만원 넘게 토해내야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휴대폰 출고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조금만 늘리는 것은 사실상 조삼모사식 소비자 속이기 아니냐"고 불만을 표했다.

■법원, 출고가 부풀리기에 '철퇴'

한편 법원은 서로 짜고 휴대폰 출고가를 부풀린 뒤 보조금을 지급해 영업한 제조사와 통신업체에 대해 잇따라 철퇴를 내리고 있다. 감독당국의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업체들은 일제히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보조금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마련된 단통법 시행 이전의 보조금 지급 관행은 소비자의 착각을 유발한 기만적인 영업방식이라는 일관된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행정6부(윤성근 부장판사)는 30일 최근 팬택이 "과징금 5억원을 취소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공정위는 통신사들이 단말기 제조사와 짜고 출고가를 부풀렸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SK텔레콤, KT, LG U+ 등 통신사와 삼성, LG, 팬택 등 제조사에 450억여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

소비자에게 지급할 '약정 외 보조금'을 마련하기 위해 출시 단계에서 미리 장려금 규모를 정해 가격에 반영했다고 본 것이다. 약정외 보조금은 대리점이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이유로 단말기 가격을 할인해 주는 폭으로, 출고가에서 소매가를 뺀 가격이다. 통신사가 마케팅을 위해 소비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약정 보조금과는 다른 방식의 판촉 수단이다.



이번 판결에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 2월 삼성전자와 KT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같은 법원은 지난 10월 21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SK텔레콤이 낸 소송에서 "과징금은 정당하다"며 사실상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지난달에는 20억여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받은 LG전자와 LG U+가 낸 유사소송에서도 "단말기 가격을 부풀린 뒤 할인해주는 것은 '고객유인행위'"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