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사진)이 화제의 드라마 '미생(未生)'에 빗대어 녹록지 않은 올해 경영환경속에서 임직원들의 분발을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은 5일 서울 청계천로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는 우리 그룹이 금호그룹에서 독립한지 6년째를 맞이한 해이자 출범한지 마흔 다섯 살되는 해"라며 운을 뗐다. 이어 "지난 5년은 금호석유화학그룹 45년 역사에서 가장 험난했고 치열했던 시간"이라며 "모그룹 부실로 좌절하기도 했고, 최대 실적으로 자신감을 얻기도 했으며, 수 많은 크고 작은 일들로 울고 웃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향후 5년도 중국과 경쟁사의 거센 도전, 유가 및 환율 불안,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회장은 "4년 전 '비전 2020'을 선포하고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원, 세계 1등 제품 20개를 목표로 달려왔다"며 "그런데, 우리 앞에 닥친 환경이 녹록하지 않아 본격적인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같은 위기 극복과 2020년 비전 달성을 위한 제언을 바둑에 빗대어 전했다.
그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생에서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어'란 대사가 화제였다고 들었다"며 "이제까지 우리의 경험과 성과를 하나하나의 바둑돌처럼 소중하게 아끼고 단단하게 뭉쳐서 어떠한 위협에도 깨지지 않는 집처럼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또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대국이 끝난 다음 반드시 '복기(復碁)'를 한다"며 "자기가 두었던 수를 기억해 그대로 다시 벌여놓는 것은 돌 하나 하나에 가치를 두며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의 수'를 놓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앞으로 매사에 한수 한수 '최선의 수'를 놓아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대국 후에 복기하는 것은 패착과 승부처를 분석하고 수를 연구하기 위해서"라며 "작년 한해 우리는 많은 사건과 사고를 겪었는데 다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박 회장은 아마 4급 수준의 실력을 갖출 정도로 바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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