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신문을 보는 사람들'
1955년 1월.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된 이중섭(1916~1956)이 서울 미도파 갤러리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 유화와 은지화(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그림) 등을 내건 이 전시는 비교적 호평을 받았으나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관 문정관이었던 아서 맥타가트(1914~2003)는 이 전시회에서 은지화 3점을 구입한다. 미국문화원 소속의 외교관이자 서울대 강사이기도 했던 그는 당시 열린 전시회에 관한 글을 발표하기도 했을 정도로 이중섭에게 관심이 많았다. 맥타가트는 이 3점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보냈고, 이들 작품은 이중섭이 세상을 떠난 1956년 MoMA의 영구 소장품이 됐다.
MoMA가 소장하고 있는 이중섭의 은지화 3점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6일부터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갤러리 현대 구관)에서 열리는 '이중섭의 사랑, 가족'전을 통해서다. MoMA 소장 은지화 3점은 국내 미술계에도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지만 한번도 실물이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특히 신문을 읽는 사람들을 그린 '신문을 보는 사람들'(10.1×15㎝)은 당대의 일상적 공간을 밀도 있게 묘사한 수작이라는 평가다.
이번 전시에는 이 밖에도 이중섭이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화 20여점이 함께 공개된다. 6·25전쟁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94·한국명 이남덕)와 두 아들에게 보낸 그림 편지는 절절한 가족사랑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흥미롭다. 전시장에선 지난해 말 일본에서 개봉한 아스카 사카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중섭의 아내' 축약 편집본도 볼 수 있다. 전시는 2월 22일까지. (02)2287-3591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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