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방안(1·13 부동산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산층 수요자를 위해 '푸르지오' '자이' 'e편한세상' 등 유명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건설사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분양주택 못지않은 고급 주택을 선보이고 분양면적도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으로도 공급해 그동안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맞춰 공급해왔던 서민용 공공임대주택과 차별화하겠다는 점을 정부는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민간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거쳐 가능성 여부를 타진해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대형 건설사 상당수가 이미 참여하기로 입장을 굳힌 상태"라며 "이들 건설사는 국내 시공능력 순위 10위 이내 건설사들"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부채율 높아져 해외사업 타격입는데…"
그러나 대형 건설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임대사업을 하면 임대보증금 등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상승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신용평가 하락과 해외수주 걸림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사업이 수익이 나느냐, 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 주택사업 비중이 2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에 진출하자고 부채비율을 올리고 해외수주 손해를 보며 참여할 건설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국내 시공능력 10위 이내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구조에서 주택사업은 전체의 20% 안팎, 해외사업이 50% 수준이고 건축·토목 등이 30%가량이다. 건설사 입장에서 고작 2~3%에 불과한 임대주택 시장을 열기 위해 50%가 넘는 시장을 희생하겠느냐는 것이다.
■업계 고민에도 해결책은 없어
이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단지 "기업형 임대사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건설사 지배력이 없는 경우 회계기준원의 신속한 판단을 거쳐 건설사를 모회사 재무제표 연결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계약에 의해 건설사가 SPC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 연결재무제표 적용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부감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내 회계기준상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지배 또는 종속관계에 있는 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회계업계는 동일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 주식의 합이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태라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국제회계기준팀 최창보 팀장은 "상장사는 지분율이 10% 미만인 경우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 기업형 임대사업을 위해 SPC가 설립되면 국제회계기준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해석했다.
■"집단민원 땐 브랜드 이미지까지 추락"
대형 건설업체가 임대주택시장 진출을 꺼리는 이유는 또 있다. 임대주택에 입주한 세입자들이 주택과 관련해 집단민원 제기를 할 경우 지금껏 십수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한순간에 실추될 수도 있고 또 그룹 이미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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