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서울 신촌 연세대과 안암동 고려대에 대자보가 붙었다.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부동산과 고용, 노동 등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대학생들의 날선 비판정신이 드러나 있었다.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서울 경희대 캠퍼스에 두 장의 대자보가 붙었다. '오늘날 한국 경제 위기의 해결 방법을 쓰시오'라는 문제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부동산·노동 정책이 답안으로 실렸다. 학생들이 채점한 결과 최 부총리 정책의 학점은 '에프(F)'였다. 지난 2013년 12월 10일 고려대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이후 거의 1년 만에 대학가에서는 사회를 향해 메시지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26일 최 부총리가 서울 서교동 홍대 인근에 위치한 한 펍(Pub·영국식 선술집)을 찾았다.
이곳에서 최 부총리는 서울 지역 12개 대학 20여명의 대학생과 만남의 자리를 가지며 청년층의 고충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 8일 대전 대학로 충남대 대학생들과 만난 후 자신을 비판하는 대학생들과도 만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
최 부총리는 "요즘 대학가에 대자보가 붙는 등 청년들이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다"며 "허심탄회하게 서로 털어놓자고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년들, 희망을 보고 싶다
이날 대학생들의 외침은 어찌 보면 간단했다. 생존에 급급한 대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 달라는 것.
일례로 한국 대학생 10명 중 7명은 대학의 다니며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 평균 학자금 대출도 4년 총 1270만원 수준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온 학생의 경우 자취방까지 구해야 한다. 신촌의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60만원을 내야할 정도로 비싸다. 미래를 위한 공부에 열중해야 될 학생들이 학비와 월세,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급 5580원(2015년 최저임금안)의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어렵게 대학 졸업 후 취업한다 해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월급을 받아도 학자금 대출을 갚다보면 생활비는 부족하다보니 연애와 결혼은 남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인문학부를 다니는 학생은 "취업 준비하는데 경제도 아니고 공학계열도 아니고 일반 문과 학생은 이력서에 칸을 보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뭘 할지 모르겠다"며 "인문계 온 것을 요즘 후회하고 있다. 인문계가 일자리는 잘 만들면 좋은 것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학생은 중소기업에 취업하도록 내몰지 말고 취업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냈다.
그는 "중소기업 학생들에게 설문조사 해보면 중소기업에 가기 싫은 이유가 임금문제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며 "눈을 낮추라고 하지 말고 정부에서 중소기업이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재학 중 등록금과 주거비용 등도 대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지만 젊은 세대들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노력한 만큼 보상받기 힘들고, 출발선 자체가 다르면 따라잡기가 힘들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낫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다음 세대를 위해 더 풍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구조개혁, 미래세대 위한 것"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최 부총리가 강조한 것은 구조개혁이었다.
학생들이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구조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것.
최 부총리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고 희망의 불씨가 계속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도적 모순을 고쳐 나가야 한다"며 "정부가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도 미래세대가 더 나은 대한민국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이 소수인 경우라도 그 혜택이 줄어들 때 상당한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반면 개혁을 통해 혜택 받는 사람은 다수이지만 혜택이 분산되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욕을 먹더라도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청년층과 국가장래를 위해 현 세대가 짊어져야 할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부총리는 "우리들의 대화가 당장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고 원인 진단과 처방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열고 함께 고민해 봄으로써 대한민국을 살만한 나라, 희망의 사회로 이끌어가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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