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도가 붙으면서 지주회사격인 한진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한진칼 블록딜, 대한항공 유상증자 등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한진칼과 정석기업의 합병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종속회사인 한진에너지의 지분 99.75%를 유상감자 후 소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에서 손자회사가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규정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남은 이슈는 손자회사인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과 한진칼과 정석기업 사이의 합병이라는 분석이다.
한진칼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위한 자금 조달이 관건이 됐다. 대한항공의 예상 신주발행가액은 3만5200원으로 한진칼의 필요 자금은 약 1290억원이다.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의 지분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 2678억원이다.
대신증권 김한이 연구원은 "자금조달 규모는 유상증자 청약과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 블록딜 참여 규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한진칼이 보유한 정석기업 지분을 자사주형태로 매각하면 재무구조 훼손 없이 현금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 참여가 한진칼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지만 정석기업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주가상승 지연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주주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지분을 많이 보유한 정석기업의 가치가 높을수록 합병 이후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대주주인 조양호 회장 일가는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26.4% 보유하고 있으며 정석기업의 지분은 47.3% 가지고 있다. 정석기업의 자회사인 한진의 기업가치가 올라갈수록 합병 후 지주사의 지분확보가 유리해진다.
김 연구원은 "최근 한진칼 지분 블록딜, 대한항공 유상증자 등은 한진칼과 정석기업의 합병을 염두에 둔 '방패막이 있는 한진칼 주가상승 지연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적지 않은 규모의 차입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일시적 부담요인이고 오히려 자회사 가치상승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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