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박진수 부회장
[여수(전남)=최진숙기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하얀 종이위에 그려진 별 다섯개 그림을 내민다. "무엇이 보이나요." 여기저기서 '별'이라는 단어가 새어나오자 살며시 웃었다. "별들은 빛나는 기업이고, 빛나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별들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건 하얀 바탕이에요. 이 바탕같은 존재가 소재입니다. LG화학은 지금 소재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박 부회장이 27일 전남 여수공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LG화학 10년 비전 핵심에 '소재'가 있었다. 박 부회장은 "3년뒤 2018년, 세상에 없던 소재를 내놓겠다. 남보다 먼저 상용화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이 소재는 5년뒤엔 1조원, 10년뒤엔 10조원 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석기·청동기·철기 등 시대를 구분한 기준이 소재였다. 어느 시대건 경쟁력있는 소재를 보유한 집단이 세상을 주도하지 않았나. 미래 시대를 대표할 소재를 LG화학이 만들어낼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 새로운 신소재 5년뒤 상용화, 10년후 10조원대
그렇다면 박 부회장이 말하는 세상에 없었던 소재는 어떤 종류인 것일까. 박 부회장은 "베일은 조금씩 벗길 것이다. 전략상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순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인류의 삶에 기반이 되는 에너지 분야에 연구·개발(R&D)이 집중될 것"이라고 분명히했다. "시장에서 1등하는 건 힘든 일중 하나다. 배터리 사업을 봐도 그렇다. 시장 예측이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헤쳐나가는 게 우리 일"이라는 게 박 부회장 말이다.
LG화학은 전기에너지를 충전하는 배터리 기술을 발전시켜 이 분야 세계 1위에 올랐다. 박 부회장은 "현재 시스템과 기술력으로 한번 충전 400∼500㎞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도 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이런 성과의 후속 주자가 될 미래 신소재는 에너지 전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를 포함한 무기 고분자를 합성해 만드는 무기 소재와 기존 배터리의 에너지 저장능력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전지, 태양전지·연료전지용 나노소재 등이 여기에 속한다. 태양전지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물을 생성해 친환경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다.
■ 성장 소재 매출 3년뒤 지금보다 2배 많은 12조
현재 사업화가 됐지만 본격 성장기를 앞두고 있는 성장 소재 분야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 분야 매출은 올해 6조원에서 2018년 12조원으로 2배이상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이 분야에서만 2018년까지 누적 매출 40조원을 이룰 계획이다.
성장 소재는 자동차 내외장용으로 쓰이는 고기능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고흡수성수지(SAP), 친환경 합성고무, OLED 조명, 수처리, 자동차·ESS·웨어러블용 배터리용 소재를 말한다. 이중 1그램 무게로 최대 500그램 물을 흡수하는 능력의 SAP는 LG화학의 대표적인 전략제품이다. 고성능 기저귀 수요에 맞춰 SAP 공장은 2년주기로 하나씩 추가되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중인 8만t 규모 증설이 완료되면 SAP 생산능력을 36만t으로 확대된다.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은 12%, 생산 규모는 세계 4위다.
박 부회장은 R&D 투자금액도 대폭 늘릴 계획을 밝혔다. 올해 6000억원에서 2018년 9000억원으로 50%이상 확대한다. R&D 인력은 현재 3100명이지만, 2018년엔 1000명이 늘어난 4100명이 될 전망이다.
■ 박 부회장, 37년 경력중 여수공장에서만 16년
박 부회장은 "우리는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한계는 없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건 맞지만 창조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LG화학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라는 것. LG화학은 67년전(1947년) 깨지지 않는 화장품 뚜껑을 만들며 사업을 시작했다. 여수공장은 1976년 5000t 규모의 PVC 공장으로 출발, 이제는 연간 900만t이 넘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중이다. 허허벌판이었던 37년과 비교하면 1800배 이상 커졌다. 이곳서만 연간 매출액이 8조원대에 이른다.
박 부회장에게 여수공장은 각별하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박 부회장이 1977년 입사해 처음 배치된 곳도 여기 여수공장이었다. 이곳 ABS과로 입사했고, ABS를 세계시장 점유율 1등 제품으로 키운 숨은 공로자다.
말단 신입사원에서 출발해 회사 최고 자리까지 오른 박 부회장은 37년 경력중 여수에서 보낸 시간이 16년이다. 그는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여수를 택하고, 한달에 한번 이상 이곳에 내려온다. 그의 '소통의 리더십' 비결에 풍부한 현장 경험이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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