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후판가격을 두고 긴장하고 있다. 현재 철강업계는 국내 조선업계와 후판가격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려는 조선업계와 인하 못하겠다는 철강업계 입장 차이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후판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여 조선업체와의 가격협상이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11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조선용 후판제의 1·4분기 t당 가격은 500달러(한화 55만원) 내외로 타결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중국산 후판의 가격은 지난해 까지만 해도 t당 60만원 선에 유통돼왔다. 하지만 t당 500달러 내외로 결정이 되면 5만~10만원 정도의 가격할인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지난해 국내 철강업체가 제조한 후판은 t당 90만원 선. 중국산 후판과의 가격 격차는 지난해 30만원에 불과했지만 가격이 낮아지면 더 벌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산 후판의 수입원가는 더욱 낮아질 수 있어 국산 후판제는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
여기에 국내 조선업계가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가격이 싼 중국산 후판제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산 후판은 지속적으로 늘어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1월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모두 18만t으로 전체 수입산 후판(25만t)의 7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0∼65% 선을 유지하던 중국산 후판 비중이 연초부터 70%를 넘어선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계는 상대방(철강업계)을 배려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도(조선업계)도 생존을 위해선 중국산 후판제를 사용할 수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1·4분기 가격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사들이 후판 주문량을 줄여 철강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반 선박의 경우 후판 납품 계약은 약 100~105일 이전에 체결하는 것이 관례다. 후판 생산업체 입장에서 조선업체로부터 선주문을 받은 뒤 스케쥴을 잡지 못한다면 가동률 저하로 이어져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철강업체들은 가격인하 압력에 더 이상 내릴 형편이 못된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경우 롤마진(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차이)이 감소하고, 거기에 인건비 등을 더할 경우 오히려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인하를 단행한데다 후판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이익 훼손으로 직결될 여지가 있어 추가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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