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닭가공·사료업체 하림그룹을 진두지휘하는 김홍국 회장(사진)의 '승부사' 경영이 1조원대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내수시장을 통해 성장해온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글로벌 기업 변신과 함께 수직 계열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김 회장의 팬오션 인수 배경에는 들쑥날쑥한 해운시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은 원가의 20%정도를 해운운송이 차지하고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11일 "김 회장이 해운 운임 가격의 폭등에 대한 불만이 컸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팬오션 인수 배경에는 수직계열화에 대한 야망이 담긴 셈이다.
하림그룹은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이 닭 가공이 아닌 제일사료를 비롯한 사료부문에서 나온다. 제일사료의 경우 사료의 원료들은 해운 벌크선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조달해온다.
하지만 글로벌 해운시장이 들쑥날쑥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하림의 애를 태워왔다.
김 회장은 불안정성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40%에 가까운 양계 닭이 폐사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해운운임 폭등까지 겹치게 되면 또 다른 그룹사업의 양대축인 사료사업까지 흔들리게 된다.
유행병인 AI를 막지는 못해도 불안한 사료 수급을 해결해야 하는 게 김 회장에게는 그동안 가장 큰 숙제였다. 결국 김 회장이 이종사업인 팬오션 본계약 체결까지 이끌어낸 배경이 됐다. 이종사업이지만 사료사업과 수직계열화가 이뤄지게 된다. 또 벌크선 사업 진출을 통한 신사업 진출 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 꿩 먹고 알 먹는 사업이 되는 셈이다.
팬오션 출신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운 시장이 최저점인 상황에서 나쁜지 않은 가격으로 하림이 인수했다"면서 "수직 계열화를 통한 그룹 성장의 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를 위한 자체 조달금은 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7000여억원중 4400억원은 금융권 투자를 통해 조달하고 1700억원은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가 충당한다. 또 법원과 가격 협상과정에서 530억원의 인수 금액 할인도 받았다.
총 인수액의 30%만 하림그룹이 책임지면서 향후 팬오션 인수 이후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금융권 조달 비용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남아 있다.
심지어 팬오션 인수가 그룹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승자의 저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까지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도 김 회장의 승부사 경영이 발휘되고 있다. 하림그룹은 계열사 NS쇼핑의 기업공개(IPO)의 3월 상장을 추진해 자금력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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